지하철 ‘실버퀵’ 배달원들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전달하다 줄검거

범죄이용-노인.jpg
▲ ⓒ연합뉴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각종 범죄에 내몰리는 노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 원인도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8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지시를 받고 대포통장과 체크카드를 배달한 박모(67) 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박 씨와 함께 대포통장을 인출책에게 전달한 임모(74) 씨와 대포통장 판매자 3명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와 임 씨는 지하철로 물건을 배달하는 ‘실버퀵’ 배달원으로, 이들이 배달한 대포통장 등이 범죄에 이용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더 많은 돈을 준다는 제안에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지난해 11월 말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지시를 받아 모집책으로부터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택배로 배송 받았다. 택배를 받은 박 씨는 박스를 열어 통장과 카드만 꺼내 챙겼고, 평소 알고 지내던 실버퀵 배달원 임 씨를 지하철역에서 만나 이를 건넸다. 임 씨는 지하철을 타고 약속된 다른 역으로 이동해 역사 물품보관함에 통장과 카드를 넣어두는 수법으로 인출책에게 넘겼다. 박 씨와 임 씨는 최근까지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수십 차례에 걸쳐 전달해주고 그 대가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건 당 3만~5만원을 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노인들의 경우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이동경로 추적이 어렵고, 경찰의 의심을 덜 받는다는 점을 노렸다. 박 씨 등은 지하철 택배를 배달하면 건당 6000~8000원을 받는 것에 비해 최고 5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에 혹해 대포통장 전달책이 된 것이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지하철 택배를 하는 실버퀵 배달원은 약 100여명에 이르고, 경제적 사정이 넉넉지 않아 일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대포통장 전달책 역할을 하는 노인들이 더 있을 것으로 경찰은 내다봤다. 이처럼 노인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율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61세 이상 노인 범죄는 2005년 6만 6850명, 2008년 9만 5113명, 2011년 10만 5329명, 2014년 16만 5400명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다. 국내 전체 범죄 발생 건수 대비 노인 범죄율도 2008년 4.3%에서 2014년 8.9%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2011년 기준)인 48.6%로 생계곤란에 따른 범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안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