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설치율 40%불과… 보행자 무리한 횡단 가능성
횡단중 사고도 급증… 안전시설 확대·설치기준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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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횡단보도 보행 신호등의 녹색불 잔여 시간을 숫자나 도형으로 알려주는 ‘보행등 잔여표시장치’ 설치율이 절반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 마련을 위해 잔여표시장치와 같은 기본적인 교통안전시설의 확대 설치는 물론 설치기준의 개선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0만 3167대의 신호등 중 잔여표시장치를 설치한 신호등은 전체의 40.3%인 8만 1818대에 불과했다. 대전의 경우 전체 보행 신호등 6250대 중 잔여표시장치 설치율은 절반도 안 되는 40.6%(2536대)에 머물렀다. 이는 설치율이 86%인 충북보다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런 낮은 설치율은 보행자에게 잔여시간을 알려줘 보행 시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무리한 횡단을 예방한다는 잔여표시장치 도입 취지와는 다소 상반되는 결과다. 실제 지역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횡단 중 부상사고는 2013년 554건에서 2015년 738건으로 무려 36%나 증가해 보행자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교통 약자로 분류되는 노인이나 어린이의 보행 안전을 위해 지정된 노인보호구역과 어린이보호구역의 잔여표시장치 현황은 신호시설을 유지·관리하는 대전시에서 담당 부서가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이 만든 도로교통 안전시설 설계 가이드라인 역시 최근 차량 통행량이나 보행량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이 내놓은 ‘안전시설 설치 가이드북’에는 잔여표시장치에 대해 왕복 6차로 이상인 도로 중 보행자 통행이 빈번하고, 보행자 횡단사고가 잦은 횡단보도에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왕복6차로 미만의 도로라도 교통안전상 설치가 필요하면 관할 경찰서 교통규제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설치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이런 설치기준은 9년전인 2008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현재 보행량과 차량 통행량을 전혀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행자 중심 교통체계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잔여표시장치를 모든 횡단보도에 설치하는 것이 옳다”며 “기존 잔여표시장치 설치지침을 개정해도 예산 문제가 있어 즉각적인 반영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잔여표시장치 전부 설치 계획을 추진했지만, 예산상 이유로 점차 확대 추진키로 했다”며 “올해 횡단보도 50곳에 잔여표시장치를 추가 설치하는 등 보행자 안전 확보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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