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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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반기문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다그 함마르셸드 유엔 사무총장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소련군의 헝가리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충주고 2학년 때는 '미국 방문 프로그램'에 선발돼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 외교관 꿈의 서막이다. 외무고시 차석, 직무연수 수석을 차지한 그는 47년 간의 공직생활중 '세계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까지 지냈다. 반기문은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장관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장삼이사들은 그를 ‘노무현이 키운 적장자’라고 말한다.

▶안희정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남대전고 1학년 당시 민주화 잡지 ‘평천하’를 읽었다는 이유로 7개월 만에 제적되는 수난을 겪었다.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해 운동권 서클인 애국학생회를 만들었고, 1988년엔 반미 청년회 사건으로 안기부에 체포돼 10개월 간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14대 총선 때부터인데, 2003년 대통령 당선의 공신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며 참여정부 기간 동안 공직을 사양했다. 2007년 대선 패배 후엔 '폐족'(廢族)을 자처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진보의 후퇴를 불러일으켰다는 자성때문이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무현의 왼팔’이다.

▶문재인은 경남 거제 출신이다. 본디 함경도 흥남 사람으로 한국전쟁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부산으로 피난 왔다. 고교 시절 초기에는 '문과에 문재인, 이과에 승효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수재였다. 전액장학금을 받고 경희대 법대에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집회 주도 혐의로 제적당했다. 사법시험 합격 통지서는 청량리구치소에서 받았다. 박원순, 고승덕 등 걸출한 동기들을 제치고 사법연수원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운동 전력 때문에 판사는 물론 어떠한 임용도 되지 않았다. 당시 사법연수원에서 12등이었던 고승덕은 판사로, 상위권이 아니었던 박원순은 검사로 임용됐다. 낙향한 문재인은 부산에서 노무현과 함께 인권변호사로 지냈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절친’이다.

▶잠룡 3인은 모두 노무현과 연결돼있다. 하지만 노무현의 사람이면서 동시에 노무현 사람이 아니다. 친노는 여전히 음지다. 양지를 겨냥하는 듯 하면서도 그림자 뒤에 숨어있는 류(類)다. 물 반(半), 잠룡 반(半)인 작금의 상황에서 ‘노무현’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우린 누구를 선택해야할까. 대선의 본질은 최순실로 상징되는 특권·반칙·갑질을 가능케 한 정치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공정함과 정의에 목마른 국민들은 정당을 믿지 말고, 언행을 믿지 말아야하며, 잠룡 주변을 기웃거리는 자들을 믿지 말아야한다. 'nowhere man(어디에도 없는 사람)'을 찾아야하는 것이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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