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욱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소방기술사
[소방안전실천 24시]

최근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으로 불리며 음식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열풍에 동반해 몇몇 유명 셰프들은 주방에서 웍(중식용 둥근팬)을 이용하거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불꽃을 만드는 현란한 개인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음식 요리에 사용되는 화염은 사소한 부주의에 의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불을 사용하는 조리기구 주변에 가연물이 있거나, 조리 시 발생된 불씨가 환기구 덕트 등의 기름찌꺼기에 옮겨 붙는다. 튀김 등의 요리과정에서 사용되는 기름이 발화돼 예기치 않은 화재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주방은 주택이나 요식업소에서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2015년 전국 화재발생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화재 중 53%(2만3516건)가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고, 전기적요인 20%(8967건), 기계적요인 10%(4510건), 원인미상 9%(3923건) 순이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 중 담배꽁초가 원인인 경우가 29%(6840건)로 가장 많았고, 음식물 조리 19%(4515건)에 달했으며 쓰레기 소각과 불씨방치도 각각 15%(3441건), 12%(2865건) 등이다.

주방화재의 특징은 화재 시 발생한 불씨가 주변 기름 등으로 옮겨 붙으면 화재가 급격히 확산되고, 만약 중식당, 패스트푸드점, 치킨집 등의 경우 불씨가 요리 시 발생되는 냄새, 연기 등을 배출하는 환기구에 부착돼 있는 기름찌꺼기에 옮겨 붙으면 덕트를 통해 건물 전체로 화재가 확산 될 수 있다.

특히 식용유 화재는 초기에 소화설비로 화염을 제거해도 식용유의 온도를 냉각시키지 않으면 얼마 후 재발화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고, 조리기구의 주된 연료가 가스(LPG, 도시가스 등)시설이므로 화재 시 폭발로 전이 될 수도 있어 초기 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방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조리기구(연소기) 주변에 가연물을 방치하지 말고, 음식물 조리 시 자리를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 식용유을 이용한 음식 조리 시 발화온도(올리브유 160℃, 카놀라유 240℃, 옥수수유 230℃, 포도씨유 220℃, 대두유 210℃) 이상으로 기름을 가열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배출설비(덕트, 후드 등)의 기름찌꺼기를 제거하고, 주방에서 설치된 가스시설의 정기점검을 통해 주방화재가 다른 장소로 급격히 확대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주방화재 소화 방법은 튀김기, 부침기(그리들), 워크, 브로일러(화덕)과 후드(플리넘) 및 덕트 등에 주방용 자동소화장치를 설치해 화재발생시 자동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하고, 보조적으로 조리기구 인근에는 수동식소화기(강화액 소화기, K급 소화기)을 항상 비치하거나, 조리기구를 덮을 수 있는 뚜껑 등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화재 발생시 당황하지 말고, 식용유 화재를 제외하곤 강화액 소화약제 또는 분말 소화약제를 이용해 소화하고, 식용유 화재 시에는 반드시 K급 소화약제가 들어있는 소화설비로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

화재는 소화보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 관심이 화재를 예방 할 수 있고, 소화설비의 유지관리를 통해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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