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장신 207㎝ 두산 장민익 "키만 보지 말아주세요"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새 유니폼과 장비를 받고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한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

외야수 민병헌(178㎝), 포수 양의지(179㎝) 사이로 압도적으로 덩치가 큰 선수 한 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207㎝로 KBO리그 최장신인 투수 장민익(26)이다.

두산 팬이 아니면 그의 이름이 낯설 수도 있다.

전남 효천고를 졸업하고 2010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장민익은 그동안 1군에서 25경기에만 나와 1홀드, 평균자책점 9.66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아예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퓨처스리그(2군)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91을 거두는 데 그쳤다.

장민익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부터 어깨가 안 좋아 6월 19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재활에만 매진했다"며 "아쉬움이 많은 해였다"고 돌아봤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이자 21년 만의 통합 우승을 멀찌감치서 지켜보는 마음이 꼭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기쁘면서도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장민익이 야구를 시작한 데는 열렬한 야구팬이었던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

초등학교 재학 중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장민익은 이후 뛰어난 실력 못지않게 큰 키로 주목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179㎝, 중학교 3학년 때 197㎝였고, 고등학교 재학 중 200㎝를 훌쩍 넘었다.

야구 선수, 특히 투수한테 큰 키는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농구나 배구에서처럼 장신이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아직 빛을 보지 못했기에 '종목 선택'에 대한 후회가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장민익은 "야구가 내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자꾸 키가 언급되는 게 좋지는 않다"며 "키만 보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투수로서 실력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내 숙제"라고 덧붙였다.

두산의 전력은 거의 완벽하다고 평가받는다.

'판타스틱4'로 불리는 선발투수진(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과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하는 타선, 빈틈없는 수비는 모두 리그 최정상급이다.

다만, 불펜은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지적을 받는다. 올해는 불펜에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에 힘을 보태는 것이 장민익의 목표다.

그는 입단 초기 키 때문에 '두산의 랜디 존슨'으로 불렸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인 존슨(54)은 키가 208㎝에 달한다.

존슨이 사이드암으로 광속구를 뿌린 것과 달리 장민익은 오버핸드로 공을 뿌린다.

팔을 뻗어 3m 넘는 높이에서 던지는 직구 구속은 140㎞대 후반에서 형성된다.

장민익은 "사실 랜디 존슨은 나와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 딱히 닮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며 "스프링캠프에서 제구를 중점적으로 훈련해 올해는 1군에서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미소를 지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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