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 없어 불편…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은 그림의 떡"

"세종시는 공무원만 사는 도시?" 시민 불편 호소 잇따라

"공중화장실 없어 불편…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은 그림의 떡"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급하게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은데 아는 공무원이 없으면 어려운 일인가요?"

대전에 사는 김모(43)씨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려고 세종시를 찾았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친구와 헤어진 뒤 급한 요의가 생겨 주변 화장실을 찾았지만, 공중화장실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주변 정부청사를 찾아 입구까지는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들어갔지만, 검색대를 통과하려면 담당 공무원과 동행해야 한다는 경비원의 말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인근 커피숍으로 들어가 '5천원 짜리' 볼 일을 본 뒤로는 세종시는 두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 됐다.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반발하며 항의 집회를 열었던 문화예술인들도 화장실 문제로 낭패를 당했다.

당시 1박 2일로 청사 앞에서 노숙을 하며 농성을 했던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소속 문화예술인 30여명은 경찰에서 임시로 설치한 이동식 화장실이 아니었다면 영락 없이 '노상방뇨'를 해야 할 처지였다.

집회에 참가한 한 예술인은 "세종시란 곳에 처음 와 봤는데 주변에 편의점은 물론 공공화장실도 없었다"며 "사방이 공공기관인데 화장실도 들여 보내주지 않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일반인에게는 관람이 제한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도 성토의 대상이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 시간도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로 제한된다.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만 시간이 나는 직장인들은 원칙적으로 관람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옥상정원은 당초 구상 단계에서는 시민 개방 시설로 고안됐지만, 몇차례의 정부청사 보안 사고를 이유로 개방 방침이 철회됐다.

정부청사 보안 시스템은 앞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23일부터 세종청사를 비롯해 서울, 대전, 과천 청사에서 '얼굴인식시스템'이 전면 시범 시행된다.

이에 따라 정부청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신분증뿐 아니라 얼굴 정보도 일치해야만 출입할 수 있다. 민원인은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담당 공무원을 만나 동행해야 들어갈 수 있다.

지난해 3월 공시생의 정부서울청사 침입사건 이후 청사 출입 보안 절차는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민원인의 불편을 유발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주부 김모(32·세종시 아름동)씨는 "얼마 전 세종청사 옥상정원이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아이와 견학신청을 하려 했는데 예약을 하루 50명까지만 받는 데다 1·2월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해 포기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내가 사는 지역에 세계적으로 이름 난 시설이 있어 좋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폐쇄적인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공중화장실 문제에 대해 "정부세종청사정류장에 공중화장실이 있어 이를 이용하면 된다"며 "정부청사와 인근 상가도 용변이 급한 방문객에게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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