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서 하룻밤…"좋은 정기 받으러 왔다"
주민들, '반기문 응원' 삼행시로 환영

"반, 반갑습니다", "기, 기의 고장에 오셔서 기를 많이 받고 가시라", "문, 문이 활짝 열린다"

3박4일 일정으로 '민심 청취'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7일 활짝 웃었다. 이날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 전남 영암 지역의 한 농촌 마을에서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하루를 시작해 전남 진도 팽목항에 들러 세월호 분향소에 참배한 뒤 마지막 일정으로 전남 영암군 영암읍에 있는 한 마을회관을 찾았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하루 숙박하며 농촌 민심을 청취한다는 취지이다.

온종일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고 나타난 반 전 총장의 표정은 밝았다. 가는 곳마다 시위대와 승강이를 벌여야 했던 봉하마을이나 팽목항 때와는 사뭇 달랐다.

주민들은 감, 고구마 등 지역 특산물로 다과를 차려놓고 반 전 총장을 환대했고, 한 여성 주민은 반 전 총장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준비해와 환호를 받았다.

반 전 총장은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월출산 등 지역 명소를 거론하며 "이곳 영암에서 많은 훌륭한 분이 배출됐다고 하는데, 저도 이런 곳에서 좋은 정기를 받아볼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존중해가면서 서로서로 이웃으로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회가 되도록 미력이나마 노력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여성사회활동 참여 확대 및 인재 계발, 도농 간 균형발전 및 농수축산물 가공산업 육성의 필요성 등의 정책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 마을주민이 지역의 관광지 개발 확대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건의하자 반 전 총장은 "자연자원을 그대로 유지해나가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18일 오전 광주로 이동해 5·18 민주묘지에 참배할 예정이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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