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안전처가 전국의 도로터널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관리체계와 시설물 유지관리 실태 점검 결과를 보면 안전불감증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터널 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42명의 사상자를 낸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가 단적인 예다. 터널 안에는 일반 도로와는 다른 시설과 교통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시설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국민안전처가 전국 1944개소의 터널 중 50개소를 표본으로 추출해 안전관리체계를 분석했더니 무려 262건의 개선사항이 지적됐다. 시설 구조물 관리 분야가 99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방·방재시설 70건, 안전관리 47건, 전기 46건 등으로 나타났다. 안전문제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년 이상 터널이 노후화 돼 내진성능평가를 해야 하나 이를 무시한 사례가 적발됐다. 정밀점검 시 기본 점검항목을 누락하거나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심지어 한 터널은 정밀안전진단 용역 시 정부대가기준인 1억3200만원의 고작 5.8%인 800만원의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용역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벽면에 누수가 일어나거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갔는데도 방치된 터널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해 상영된 영화 '터널'은 안전사고의 발생원인과 대처과정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관람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부실공사로 터널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아내와 딸이 있는 평범한 가장은 터널 속에 갇혀 온갖 고초를 겪는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엊그제 충남 아산시 탕정면 용두생태터널에서 승용차와 승합차 11대가 잇따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빙판길에 차량이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금이라도 안전에 이상이 있는 터널은 즉각 보수해야 마땅하다. 구조적 결함이 있는 터널도 마찬가지다. 관리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전사고는 부실관리에서 비롯된다. 운전자들도 터널 안에서는 주의운전,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터널 안 과속운전, 끼어들기, 차로변경 등은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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