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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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찔끔 인하' 대학 생색내기에 두 번 우는 학생들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수백만원하는 대학 등록금을 한 학기에 8천원 깎아주면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 비웃어야 하나요?"

대학들이 교육부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 먹기로 새 학기 등록금을 잇달아 소폭 인하하거나 동결하고 있다.

하지만 인하 폭이 1%에도 미치지 못하자 학생들은 체감 혜택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한다.

17일 대전권 대학에 따르면 한남대는 새 학기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0.24%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은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0.24% 인하 폭을 등록금에 적용하면 연간 인하액이 1만4천∼2만원에 불과하다.

실제 이 학교 인문사회계열의 지난해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이 322만2천450원에서 올해 323만200원으로 7천750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대전권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진 이 학교 공학 계열의 지난해 연간 등록금은 833만4천원에서 올해 831만4천원으로 2만원 인하됐다.

이런 현상은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나타난다.

하나같이 경영상의 어려움 속에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생색을 내지만, 실제는 교육부 눈을 의식한 결정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부는 올해 국가장학금 2유형(4천800억원 규모)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 집중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등록금을 올렸다가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또는 재정지원사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대학들 사이에 팽배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명목상 올해 등록금을 최대 1.5% 인상할 수 있지만, 국가장학금 또는 국가 재정지원사업에 등록금 관련 자구노력 항목이 있어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대학 측의 이런 조치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

대전의 한 대학에 다니는 김모(26)씨는 "실상은 학교 측 필요 때문에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학생들에게 한 학기 겨우 1만원 내려 주고 생색을 내는 모습을 보니 허탈하다"고 꼬집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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