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 전통시장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그치지 않는다. 대구 서문시장 대형화재(지난해 11월 30일)에 이어 지난 15일 여수수산시장에서 또 다시 큰 화재가 발생, 설 대목을 앞두고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피해액이 서문시장만 1000억원에 달한다. 서문시장 화재 이후 전국 전통시장에 대한 일제 안전 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를 그토록 다짐했지만 허사였다.

전통시장 화재가 지속적으로 빈발하는 것은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불에 타기 쉬운 상품을 점포에 진열하거나 쌓아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불씨가 거기로 튀어 발화가 되면 순식간에 불이 번지는 구조다. 방화구획 기능을 기대할 수도 없다. 스프링클러만으로는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점포에 불이 번지면 엄청난 열과 유독가스가 넘쳐나 진화하기가 힘들어진다.

노후하거나 열악한 건물 및 전기시설과 소방시설, 점포의 밀집 배치, 협소한 접근 통로도 문제다. 노점 좌판이 통로를 차지하고 있는 전통시장에서 불이 나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화재 발생 후 불길 잡기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그 결과는 보나 마나다. 초동진화에 실패하면 금방 다른 데로 불이 번져버린다. 여러 시장에서 이러한 모습이 재현돼 안타까움을 주었다.

여기에다 인재(人災)라도 겹치면 화재가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특정 전통시장에서 화재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서문시장의 경우 11년만에 화재가 또 발생한바 있다. 화재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진 탓이다. 5년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 477건 중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 234건인 것으로 분석됐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장의 분배전반, 차단기, 콘센트, 멀티탭, 배선상태 등의 불량률이 특히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충청지역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가 없다. 육안으로만 대충대충 살펴볼 일이 아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 시장 화재 일제 점검 결과 조금이라도 석연찮은 사안은 반드시 개선해야 마땅하다. '설마'하는 안전불감증이 결국은 대형 사고를 친다. 평상시에 철저하게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시장 상인들의 저조한 보험 가입률도 해결해야 할 정책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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