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란 대전가오초등학교장
[시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꽃은 참 예쁘다/ 들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마암분교 이창희 ‘꽃’)

같은 듯 다른 시 2편이다.

전자는 나태주 시인의 시이고 후자는 자그마한 학교의 학생이 쓴 시이다. 칠십이 넘은 시인의 눈과 어린 아이의 눈이 놀랍도록 닮아 있다. 살아온 세월만큼의 지혜를 지닌 노인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의 시선에서 보면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필시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스스로를 비하하고 멸시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지난 9월, 대전가오초등학교장으로 부임을 하면서 아이들과 만나 처음 나눈 인사는 바로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이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새로운 교장 선생님의 인사를 기다렸던 아이들은 어쩌면 의아했을 것이다.

“나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도 아니고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였으니. 물론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꼭 이 말을 스스로에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날마다 이 말을 크게 외치면서 아이들 모두가 자신을 귀하게 여기기를 바랐다. 자신은 소중한 존재이고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자존감’은 자기의 능력에 대해 자신 또는 소속집단으로부터 승인을 기초로 하는 '자존심'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작은 차이가 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을 뜻하고, 자존심은 경쟁 속에서의 긍정을 뜻하는 차이가 있다.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알게 모르게 부모의 경쟁적인 가치관 속에 내던져지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자존심은 높되 자존감이 낮아 어려움을 겪는 모습에 염려가 된다.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 점이라도 점수를 높이려 하고, 그렇게 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라 치부하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 세계를 만나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경험이 다 다르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느낌이 다 다르다.

이러한 다양성이 있기에 세상은 삐거덕 대면서도 균형 있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 전체이다. 이런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잣대로 평가받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존재로 자라길 바란다.

그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그 마음은 결국 한 사람을 사랑하여 위대한 인류애를 구현한 마더 테레사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마더 테레사, ‘한 번에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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