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식비·보건비 등 줄고 사교육비 늘어,
소비부진 원인… 한달에 22만6576원
증가 현상 중산층·대도시서 더 뚜렷,
“분위기상 안보내면 뒤처질까 두려워”
사교육-학원가는학생.jpg
▲ ⓒ연합뉴스
과도한 사교육비가 소비부진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어려운 가정경제에서도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만큼은 손대지 않으면서 나머지 식품비, 의류비 등 기본 가정 생계비를 줄이고 있다. 12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도시 근로자가구(2인 이상)는 한 달 평균 학원·보습교육에 22만 6576원을 지출했다.

이 수치는 2015년 3분기(21만 4492원) 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사교육비 지출이 1년새 6%나 늘어난 셈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4%), 주류·담배(-1%), 보건(-8%), 통신(-3%), 오락·문화(-1%) 등의 소비는 오히려 일제히 줄어든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고 하지만 사교육비 지출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저소득층도 자식들을 교육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이 수치를 낮추는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교육비 증가 현상은 중산층·대도시에서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월 소비 100만~200만원 사이 가정의 사교육비 월 지출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4만 5000원 정도였지만 소비가 400만원을 넘는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무려 14배인 61만 8000원에 이르렀다.

실제 대전 중구 태평동에 사는 맞벌이 우모(42) 주부의 지갑은 늘 비어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우 씨는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만 200만원이 훌쩍 넘어 자신을 위해 쓸돈은 없다고 한숨부터 내쉰다.

우 씨는 “둘이 벌어 한달 수입이 500만원 정도인데 사교육비만 200만원이 훌쩍 넘어버리니 쇼핑할것 못하고, 여행갈 것 못가고, 먹고싶은거 못먹고 아빠와 자기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주변에서 사교육을 시키니 우리 아이들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나둘 보낸 학원이 이젠 끊을 수도 없다. 게다가 기존 학원보다 원비는 높지만 교육효과가 좋다는 설명에 자식가진 부모로서 모른척 할 수도 없고 해마다 사교육비 금액만 높아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중상류층 이상의 가정도 사정은 마찬가지. 학원이 아닌 과외라도 2~3개시키면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중산층들 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뛰어 오른다.

대전 도룡동에 사는 김모(49) 씨는 “남부럽지 않게 수입을 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수준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높다”며 “주변 분위기에 편승해서 따라 갈수 밖에 없어 과외를 시키고 있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수입이 적은 달은 버거울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렇다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도 없고 내 스스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