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위해 경미범죄심사위 운영… 즉결심판으로 대부분 감경
贊 “일부 참작, 사회안정에 도움” 反 “재범위험, 엄중 처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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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계속되는 불황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생계형 경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런 ‘한국판 장발장’을 구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생활고를 이유로 이들의 재범 가능성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운영 결과 경범죄로 형사입건 대상이 된 44명 중 41명을 즉결심판으로 감경했다. 전국적으로도 형사입건 대상 1469명 중 1375명이 즉결심판 처분을 받았다. 죄명별로는 단순절도가 전체 58%인 858건으로 가장 많았고, 점유물이탈 163건, 무전취식과 같은 사기가 45건이었다.

이처럼 심사위원회를 거치는 경범죄는 영업이 끝난 식당에서 음식을 훔쳐 먹거나 대형마트에서 소액 절도행위를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은 한 번의 범행만으로 전과자의 낙인이 찍힐 경우 오히려 반복적인 범죄 노출은 물론 강력범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심사를 거쳐 훈방조치 등 감경 처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계적인 형사처벌은 범죄자의 반성을 유도하기 보단 반사회적 분노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10대 청소년은 이런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별도의 심사를 통해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4월 유성구 궁동에서는 현금인출 후 실수로 인출기 위에 두고 간 현금 2만원을 가져간 대학생 A 씨가 즉결심판을 통해 처분이 감경됐다.

지난해 3월에는 동구의 한 마트에 진열돼 있던 음료 두 병을 훔친 고령의 B 씨가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통해 즉결심판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일선에서는 이런 제도가 사회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생계형 범죄는 생활고와 뗄 수 없는 관계인만큼 사법기관에서 원칙을 고수하기보다 일부 참작을 하는 게 사회 안정을 위한 바람직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미한 범죄라도 법 집행의 공정성 차원에서 합당한 처벌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경미한 범죄라 하더라도 재범율을 낮추기 위해선 사법기관의 엄정한 태도가 요구된다”면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반성할 수 있는 기회는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한 합당한 처벌을 통해 주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경찰청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생계형 범죄를 처음 저지른 이후 재범 가능성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면서 “다만 처벌이 능사가 아닌, 가해자 스스로가 잘못을 인식하고 반성할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점에서 경미범죄 심사 제도의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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