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위해 경미범죄심사위 운영… 즉결심판으로 대부분 감경
贊 “일부 참작, 사회안정에 도움” 反 “재범위험, 엄중 처벌을”
경찰은 이런 ‘한국판 장발장’을 구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생활고를 이유로 이들의 재범 가능성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운영 결과 경범죄로 형사입건 대상이 된 44명 중 41명을 즉결심판으로 감경했다. 전국적으로도 형사입건 대상 1469명 중 1375명이 즉결심판 처분을 받았다. 죄명별로는 단순절도가 전체 58%인 858건으로 가장 많았고, 점유물이탈 163건, 무전취식과 같은 사기가 45건이었다.
이처럼 심사위원회를 거치는 경범죄는 영업이 끝난 식당에서 음식을 훔쳐 먹거나 대형마트에서 소액 절도행위를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은 한 번의 범행만으로 전과자의 낙인이 찍힐 경우 오히려 반복적인 범죄 노출은 물론 강력범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심사를 거쳐 훈방조치 등 감경 처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계적인 형사처벌은 범죄자의 반성을 유도하기 보단 반사회적 분노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10대 청소년은 이런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별도의 심사를 통해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4월 유성구 궁동에서는 현금인출 후 실수로 인출기 위에 두고 간 현금 2만원을 가져간 대학생 A 씨가 즉결심판을 통해 처분이 감경됐다.
지난해 3월에는 동구의 한 마트에 진열돼 있던 음료 두 병을 훔친 고령의 B 씨가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통해 즉결심판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일선에서는 이런 제도가 사회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생계형 범죄는 생활고와 뗄 수 없는 관계인만큼 사법기관에서 원칙을 고수하기보다 일부 참작을 하는 게 사회 안정을 위한 바람직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미한 범죄라도 법 집행의 공정성 차원에서 합당한 처벌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경미한 범죄라 하더라도 재범율을 낮추기 위해선 사법기관의 엄정한 태도가 요구된다”면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반성할 수 있는 기회는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한 합당한 처벌을 통해 주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경찰청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생계형 범죄를 처음 저지른 이후 재범 가능성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면서 “다만 처벌이 능사가 아닌, 가해자 스스로가 잘못을 인식하고 반성할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점에서 경미범죄 심사 제도의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