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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들이 계륵인데 계륵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심경이 계륵

[충청로]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2017년 01월 12일 목요일 제21면     승인시간 : 2017년 01월 11일 18시 40분
▶후다닥, 세월은 잘도 간다. 거침이 없다. 20대(代)의 시간은 20㎞ 속도로 흐르고, 50대에는 50㎞로 빠르게 지나간다. 육신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벌써 저만치에 있다. 시련을 딛고 간신히 일어섰지만 시련의 삶은 여전히 간당간당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봄은 급기야 오고야말 것이다. 세월은 계륵(鷄肋) 같은 것이다. 안고가기엔 버겁지만, 그래도 버릴 수는 없는 필연의 업보다. 희망은 온전히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절망 뒤에서 사람의 간을 본다. 항상 불신 뒤에서 애간장을 태우다가 온다. 인생이 우리를 속이는 건지, 우리가 세월에 속는 것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닭장 속 삶'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인간이 식용으로 삼는 6가지 동물(六畜:소·말·돼지·양·개·닭)'이 있었다. 이들 가축은 식용이 가능했지만 먹거나, 먹지 않는 것으로 나뉘었다. 소는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해 도축을 막았다. 말은 이동수단으로만 애용했다. 돼지는, 돼지처럼 많이 먹는데 비해 생산해내는 고기가 적었다. 양(羊)은 한반도에서 잘 자라지 않는 동물이어서 식용으로 삼기 힘들었다. 개는 조선 후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먹는 이와 먹지 않는 이가 갈렸다. 닭은 해산물이나 쇠고기, 돼지고기를 구하기 힘든 내륙지방 사람들이 많이 먹었다. 물론 먹고 싶어서 먹던 음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먹었던 음식이었다. 계륵이었다.

▶정치 시계가 쏜살같이 잘도 간다. 대선정국이다. 이미 잠룡들이 저만치 날고 있다. 반기문,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이재명, 박원순, 손학규, 유승민 등등…. 국민들은 추운 겨울 (촛불집회) 내내 맨땅에서 고생했는데 정치인들은 권력의 꽃밭에서 시간을 주유(周遊)한다. 유엔 사무국 수장(首長)으로 10년을 보낸 반기문도 돌아왔다. 권력의 곁불이 아쉬운 사람들이 그의 아우라에 목을 매고 있다. '친반(親潘)'의 발호다. 아군·적군 피아식별이 되지 않는 야권은 서로 표를 갈라먹으며 쑥대밭 양상이다. 문재인은 지지율 장사를 하고, 이재명은 지지율 그래프만 보고 있다. 누가 계륵인지 분간이 안 간다. 계륵인 것 같은데 계륵이 아니고, 계륵인데 계륵이 아닌 척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계륵의 심정이다. 품기에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버리자니 남는 사람이 없다. 진짜 정치판이 계륵이다.

▶우린 대통령를 뽑았고, 그 결과 대통령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次惡)을 택했다는 건 비겁한 변명이다. 잠룡들은 여전히 모호한 비전과 이념, 가치만 주물럭거리고 있다. 현실정치의 진흙탕을 헤쳐 나갈 자질이나 용기가 보이지 않는다. 꽃밭을 걸어온 사람이든, 지뢰밭을 건너온 사람이든 선택의 자명종은 켜졌다. 그게 꽃길인지, 가시밭길인지는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모두가 계륵인데 계륵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심경이 참담하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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