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설명절과 맞물려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행 100일을 넘긴 청탁금지법은 부정부패와 과도한 접대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데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음식점업과 화훼업종 등 일부 업종의 피해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고 서민경제마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상황대로라면 명절 특수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민적 공감대 아래 마련된 청탁금지법이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품접객업과 유통업, 농축수산·화훼업 등 업종의 사업체 40.5%가 법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한다. 600만 자영업자의 20%는 월 100만원도 못 번다는 통계다.

정부도 이러한 폐해에 대해 일면 인정하는 분위기다. 최근 기획재정부 등 5개 경제부처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 법안의 개선을 건의했다. 여야정협의체 역시 청탁금지법이 농수축산업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시행령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국민권익위원회도 '3·5·10 규제'를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가액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식대 상한선 완화, 설·추석에 한정해 경조사 10만원에 준하는 별도의 상한선 부여 등의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청탁금지법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전망치보다 낮게 조정했다.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청탁금지법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자 흐름이지만, 민간 소비를 흔들고 서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법이라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비까지 위축시켜선 안 된다. 서민 가계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한다. 법의 근본 취지는 살리되 과도한 규제조항이나 미비점, 부작용 등은 현실에 맞게 다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법이 정착단계에 있는 만큼 개정이나 손질을 할 경우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상기시키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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