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호 대전시교육감
[투데이포럼]

우리나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면서 꾸준히 발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나라가 됐지만, 사회적인 갈등과 분열은 심화돼 가고만 있다. 그 결과 인간관계의 상실 속에서 경제적인 불안은 물론 정신적인 불안을 겪으며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

많은 이들이 삭막해지고 거칠어진 사회에 대해 표하는 염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웃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서 방치하거나 무감각하지 않은가 짚어봐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독거노인 돕기, 연탄 나누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경험하는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봉사활동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사회에 있는 어려운 이웃의 삶에 공감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살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함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한다.

봉사활동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이웃과 나누는 사랑의 필요성을 깨닫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흐뭇하고 대견스럽게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바로 이러한 마음가짐을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믿음을 항상 재확인 할 수 있다. 이런 마음이 우리 각자의 삶의 뼈대이자 근간을 이룰 때에 사회의 어둠은 사라지고 밝아지는 것이다.

남을 돕고 함께 하는 삶은 반드시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아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며 자신을 드높일 명예를 구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언젠가 방문했던 양로원에서 자신도 몸이 불편하면서도,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장애가 있는 동료를 정성껏 보살펴 주는 노인을 만난 적이 있다.

누구에게 부탁받은 것도 아니며 널리 인정받기를 위한 것도 아니라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스스로 나서서 어려움을 함께 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저절로 존경심을 품게 하는 그러한 마음가짐과 행동이야 말로 우리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본받고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렇기에 나 하나만이 평온한 삶을 누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내 일이 아니니까,’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겠지’하며 먼 산 바라보듯 할 때마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사회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 한 번이 생(生)의 좌표를 바꿔 놓는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며 사랑 실천으로 행복한 사회, 인간이 중심이 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 각자가 조금 부족해도, 조금 미급해도 그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물질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풍요롭기에 타인을 배려하고 도와주며 살아갈 때에 우리는 좀 더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에서 함께 행복을 누리며 진정으로 풍족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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