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 테마파크 '쁘띠 프랑스'의 닭 모형. 사진=이규식
정유(丁酉)년 닭의 해가 밝았다. 12간지에 속한 열두 동물 모두 나름의 개성과 상징성, 인간과의 다양한 관계 등에서 변별력이 돋보이고 있다. 가상의 동물인 용과 자주 접하기 어려운 호랑이, 원숭이 등을 제외하고 뱀, 쥐 같은 혐오동물을 빼놓고는 모두 일상에서 친근하거나 사육하는 가축이므로 접근성은 더욱 밀접해진다.

새벽을 깨우는 닭 울음의 힘찬 기개로 올 한해 그간의 혼돈을 딛고 더불어 행복한 사회로 순조롭게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닭띠 해를 맞이했으나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지속되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하여 희생된 닭, 오리, 메추라기 등이 무려 3054만 마리에 이른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닭띠 해의 벽두를 맞이한다. 작년 11월 16일 최초 의심신고 이후 확진농가만 해도 309곳으로 산란계의 32.3%인 2252만 마리가 살처분 되어 닭, 오리고기 소비는 찬바람을 맞는 반면 계란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좁은 국토에 3000여 만 마리를 매몰하니 그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도 걱정이다. 여러 안전장치를 강구하여 묻고 있겠지만 특히 침출물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없을지 이래저래 근심스럽다. 수많은 업체에서 이른바 생수를 뽑아내 판매하고 있는데 그렇게 마냥 퍼내는 가운데 지하수자원 고갈과 더불어 최근 몇 년마다 천문학적인 가금류를 묻고 있으니 토양의 건전성 여부도 살펴볼 일이다. 공장식 밀집사육으로 바이러스 확산이 빠르고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다는데 특히 산란계를 낳는 종계의 절반 가까운 41만 마리가 살처분 되어 이 파동이 지나간 뒤에도 관련품목 수급이 안정적으로 회복될지 의문이다. 새벽이 왔음을 알리는 파수꾼인 동시에 나날이 알을 낳아 제공하기도 하고 또는 마침내 고기로 식탁에 오르는 닭, 한편으로는 애완용 동물로도 사랑받는 닭들에게 잊을만하면 덮쳐오는 가공할 재앙인 AI가 이제는 자취를 감추었으면 하고 닭띠 해 정초에 소망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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