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섭 부장 js38@cctoday.co.kr

초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한국의 쌀쌀한 날씨를 뒤로하고 6시간을 날아 찾아간 베트남 호치민의 날씨는 푹푹 찌는 더위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놀러간 것이 아니라 취재차 방문했다는 사실이 무더운 날씨와 맞물리면서 무거운 육체는 공항 도착과 함께 저린 배추마냥 금새 축 늘어져 버렸다. ‘그깟 시장을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나’하는 마음에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으로 찾아간 호치민의 벤탄시장. 둥근 돔 안에 바둑판식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길은 교차하는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양보해야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협소했다. 그 협소한 길을 따라 반 평도 되지 않는 작은 상점들이 어찌나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지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벤탄시장에 들어선지 5분도 되지 않아 ‘그깟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벤탄시장은 단순히 시장을 넘어 관광명소 그 이상이었다. 쉴 새없이 들고나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벤탄시장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생기가 넘쳤다. 특히 벤탄시장을 중심으로 도심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전쟁 박물관, 통일궁, 호치민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중앙 우체국 등 수많은 관광지들은 걸어서 10여분이면 찾아갈 수 있어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관광단지처럼 느껴졌다.

벤탄시장과 도심 곳곳의 관광지를 돌아보는 동안 취재라는 무거운 숙제도 내려놓고 호치민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하지만 그런 호치민의 활력 넘치는 모습을 보며 점점 쇠퇴해가는 한국의 시장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시장들도 인근 지역의 관광지와 연계해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발전할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다행히 최근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로가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난 벤탄시장 방문은 부러움과 함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번 취재가 국내 수많은 전통시장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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