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신년간담회를 갖고,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수사와 특검을 통해 확인된 내용과 국회 청문회를 통해 제기된 증언까지도 모두 부인하는 뻔뻔함에 혀를 내두르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국민에게 사과는커녕 “그동안 국정을 정상으로 추진했다”고 항변하는 무치(無恥)가 놀랍기만 하다.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출입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한 자체도 부적절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저를 도와줬던 분들은 뇌물 받은 것 없이 열심히 일한 것 뿐”이라고 성토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은 존재 그 자체로도 이젠 대한민국의 치욕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도 아무 잘못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날 정상적으로 보고받으며, 제 할 것은 다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기가 막히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304명의 고귀한 목숨을 잃은 유가족이고, 세월호가 차가운 바닷속으로 수장되는 처참한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이다.

남들은 다 인정하는 현실을 전면 부정하고 자기만의 환상에 빠져 있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들의 분노심은 더 커지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 구질구질한 변명만 늘어놓은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게 가라앉는다.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탄핵을 인용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1000만 촛불의 함성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1000만 촛불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적폐를 걷어내길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고 엄중한 명령이다.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대상도 대통령이다. 아직도 작금의 위중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궤변에만 매달리고 있는 그를 국민들은 이미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김기춘·우병우·차은택·송성각·김종·정호성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부역자들을 응징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는 것은 오산이다. 대학 교수까지 나서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온갖 특혜를 주고, 재벌 총수까지 나서서 상상도 못할 엄청난 돈을 바쳐가며 최순실의 개 노릇을 하는 마당에 부역자 몇몇이 감옥에 간다고 국민들의 피폐한 삶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정농단을 방조하거나 눈 감은 김기춘·우병우 같은 사람이 멀쩡히 활보한다면 국민들은 또 다시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름은 살이 되지 못한다. 대통령, 재벌총수, 장·차관, 교수, 의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호가호위하며 국민을 기만한 이들이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모든 적폐를 걷어내고 고름은 도려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붉은 닭’의 해인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닭은 밝아오는 새벽을 뜻하는 ‘여명(黎明)’과 귀신을 쫓는 ‘축귀(逐鬼)를 상징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멍들었던 병신년 (丙申年)의 어둠과 혼돈을 모조리 걷어내고, 새해는 밝고 희망찬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길 소망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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