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에세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즉,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우리나라 지리체계 및 역사문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런 지리체계를 바탕으로 '산은 사람을 나누고 물은 사람을 모은다'고 설명된다.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잉태한 곳이 강(江)이라면 강을 잉태한 것이 산(山)인 것이다. 산과 물을 나누어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민족의 근간을 이루는 산줄기는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물줄기에 의해 단 한 번도 단절되지 아니하고 1494㎞를 뻗어 내린 민족의 큰 줄기이다. 이 줄기를 따라 민족의 정기와 동식물도 함께 이동을 했다. 이 거대한 줄기의 중심에 꽃처럼 피어난 곳이 속리산(俗離山) 천왕봉이다. 천왕봉(天王峰, 1058.4m)은 백두대간의 삼파수(三派水)로 한강·금강·낙동강을 나누는 분기점이다. 이곳에서 하나의 산줄기가 나눠지는데 바로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이다. 한남금북정맥은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 충청북도를 남·북으로 가르며 칠장산(七長山, 492m)까지 이어진다. 칠장산에서 서·북쪽으로 김포의 문수산(文殊山)까지 한남정맥을 만들고 서·남쪽으로 태안반도의 안흥까지 금북정맥을 만든다. 한남금북정맥은 말 그대로 한강의 남쪽, 금강의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충북을 한강문화권과 금강문화권으로 나눈다. 이를 통해 바라본 충북은 한반도 10대강 중 2개강이 흐르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다. 남쪽만 봐도 4대강 중 2개강을 품고 있으며, 행정중심도시가 한강에서 금강유역으로 넘어온 분수령을 가진 곳이다.

한남금북정맥은 칠장산에서 천왕봉까지 전체적으로 태극모양이다. 서쪽 망이산에서 발원한 미호천과 동쪽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이 금강과 남한강을 만나며 남·북 대칭구조를 이룬다. 전체 모양이 한반도와 같은 형태를 띤 충북은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민족정기의 발원지인 것이다. 이 태극의 산줄기에 사람들이 살면서 문화를 만들어 갔다. 서로 다른 문화는 고개를 넘어 전파가 됐으며, 통혼을 통해 접속시켰다. 고개마다 전설을 간직하는 이유이다.

충북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해서는 정맥을 지켜온 마을과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창구였다. 그곳에는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가 있다. 윗말 아랫말의 마실에 얽힌 이야기, 선남선녀가 뒷산에서 연애하던 이야기, 처가에 다녀오다 고개에 얽힌 이야기, 마을끼리 쥐불놀이하며 싸우던 이야기 등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가던 진솔된 이야기가 녹아있다.

지난 1년간 KBS 유용의 시사투데이에서 진행한 라디오 탐사 ‘미래하천 미호천’ 팀은 올 한 해 미호천을 잉태한 한남금북정맥을 찾기로 했다. 문화가 만들어진 큰 강줄기에 사는 사람들이 신성 시하는 강을 잉태한 산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는 것이다. 미호강 탐사와 더불어 한남금북정맥 탐사는 충북의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충북 전체를 톺아보기에 매우 중요하다.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와 자원이 있다. 그런 자원을 찾아 드러내고 활용해보자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백두대간, 한남금북정맥, 한강과 금강.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 민주지산, 달천, 미호천, 보강천, 초강천 등 그 속에 충북인의 삶의 열정이 녹아 있다. 충북의 힘과 자양분이 발현된 곳이다. 이제 2017년 라디오 충북탐사를 떠나려 한다. 생태적 가치, 역사 문화, 전설 등 마을과 사람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 우리의 삶에 위안을 보태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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