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이 오늘로 시행 100일을 맞았다.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우리 사회엔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연줄을 이용한 갖가지 부정청탁과 구시대적 접대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해석을 싸고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아직도 혼선을 빚고 있다. 그러잖아도 어려운 경제위기 국면에서 소비위축을 부추기는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와 현대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법의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크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85.0%에 달했다. 법 시행 전의 찬성 비율 60% 수준보다는 상승세에 있다.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관행에 대한 개선효과를 거두었다는 건 괄목할만한 성과다. 골프·술 접대 등 과도한 향응 접대 문화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여기서 놓칠 수 없는 건 소상공인의 한숨 섞인 불안감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외식업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84.1%는 1년 전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최악의 경기 속에서 김영란법 후유증까지 겹쳐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한해 폐업자가 하루 2000명 꼴이다. 송년회나 회식자리가 크게 줄었다. 한우, 화훼 산업이 소비감소로 생계 위협에 휩싸여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 농·축·수산물 등 종합적인 소비 촉진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획기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3·5·10항'(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은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에 한정돼 있다. 이 한도액을 일률적으로 올리자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단편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경조사비의 경우 오히려 시중 관행 보다 그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는 지금 '최순실 게이트'라는 권력형 부패로 온통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부패인식지수는 OECD 34개국 중 27위에 그친다. 청렴사회 구축은 이 시대를 대변하는 국가적 어젠다임에 틀림없다. 김영란법의 당초 취지를 살리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겠다. 그러자면 '대가성' '직무관련성' '사회상규'에 대한 모호성을 구체화하면서 규범적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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