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3교대로 매일 방역 실시
감염 의심땐 살처분 피해 막대
사육사 지역 못벗어나 불만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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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휴장에 돌입한 대전 버드랜드의 출입구 앞에 휴장 조치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이인희 기자
“방심하는 순간 자식처럼 키워온 새들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피가 마를 지경입니다.”

3일 오후 대전 중구에 위치한 오월드 내 조류관람시설 버드랜드는 화창한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임시 휴장 중’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진 채 굳게 잠긴 출입문 너머로 방역복을 입은 사육사만이 가끔 보였다.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방역작업을 위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관람 중단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 곳은 평소 300마리가 넘는 다양한 새들을 찾던 관람객은 자취를 감춘 채 수시로 방역차량만이 오갈 뿐이었다.

이날 버드랜드에서 만난 한 수의사는 “버드랜드와 유사한 서울어린이대공원도 AI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서산까지도 뚫렸다는 소식에 방역작업 강도를 높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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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휴장에 돌입한 대전 버드랜드에서 3일 오후 방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인희 기자
현재 버드랜드는 수의사 4명과 사육사 8명이 시설은 물론 인접한 오월드 전역에 대한 방역작업을 매일 실시하고 있다. 방역은 오월드 전역을 방역차량으로 돌며 소독약품을 분사하는 분무식 방역소독과 버드랜드 실내 방역소독으로 이뤄지며, 12명의 근무자들이 3교대로 돌아가며 힘겨운 방역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 사육사는 “하루 일과에 방역이 추가된 이후로 AI와 관련된 뉴스를 매일 챙겨보고 있다”면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두 달 넘게 계속됐던 방역작업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고 호소했다.

특히 AI 감염이 의심될 경우 현재 전시돼 있는 남미원산의 앵무새류와 물총새 등 모두 39종 374마리의 희귀조류를 모두 살처분 해야 한다는 점은 사육사들에게 큰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또 다른 사육사는 “방역망이 뚫리는 즉시 희귀종과 천연기념물은 살처분으로 인해 멸종될 것”이라며 “희귀성이나 금전손실 여부를 떠나 내 손으로 직접 길러온 자식 같은 새들을 잃는다는 걱정에 매일같이 긴장감 속에 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육사는 또 “방역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AI 전파 우려에 따라 대전 이외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면서 “결혼을 앞두고 준비할 것이 많은데 막막할 따름”이라고 하소연 했다.

버드랜드 관계자는 “AI가 자칫 장기화될 경우 현재 10명 남짓한 자체 인력만으로는 방역활동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들의 체력적 부담도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방역작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방역이 진행돼야 AI 확산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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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휴장에 돌입한 대전 버드랜드에서 3일 오후 방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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