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종 대전시과학경제국장
[수요광장]

모래는 물에 녹을까?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당연히 해 봄직한 질문이다. 모래는 광물질 조각으로 관습상 물에 녹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모래는 오랜 세월을 거쳐 물에 녹아든다는 것이 과학이다. 다시 말해 용해도가 매우 낮지만, 녹는다고 할 수 있다. 무시해도 될 만큼 적은 용해도 덕분에 백사장을 걸으며 ‘모래가 녹아서 바닥으로 빨려 들어가면 어쩌지?’하고 걱정하지 않는다.

만약에 과학자들이 모래가 물에 녹는다고 사실대로 이실직고하면 어떻게 될까? 정말 모래나 바위가 녹아서 땅이 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조류인플루엔자와 관련하여 크게 걱정하는 분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보도된 고양이 감염 사례는 이런 분들의 걱정에 기름을 부은 듯하다. 하지만 잠시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000년 전에도 1만년 전에도 존재했고 변이를 계속하고 있다. 마치 모래가 물에 녹는 것처럼 알게 모르게 변화한다. 현대에 들어 과학자들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전적 변이를 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조류인플루엔자도 사람에게 감염되고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해 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매우 정직한 과학적 팩트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언제 쯤 변이할지 알려달라고 한다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과학적 사실이므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 태초의 바이러스는 이 생물, 저 생물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한대의 시행착오를 겪고 현재에 이르렀을 것이다. 지금도 무한대의 시행착오를 수행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세균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도 있다. 바이러스의 생존 전투가 얼마나 치열한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사실이다.

지금도 바이러스는 자신이 최적화된 동물과 다른 동물 종을 감염시키기 위한 무한대분의 1의 확률에 도전하고 있다. 과학적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희박한 가능성에 우리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면 합리적이지 못하다. 마른하늘에 벼락이 칠 수 있다고 해서 집에만 있을 수 없다. 차들이 다닌다고 큰 길에 나가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명확해진다. 평시와 다름없이 합리적인 생활을 하면 그만이다. 요즘 독감에 걸린 사람들이 많으니 외출할 때 마스크 착용하고, 혹시 죽어있는 조류가 있다면 구청에 신고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계란 값이 비싸면 조금 덜 먹고, 산지 닭 값이 하락해서 농가가 어려워하니 점심 한 끼 백숙을 먹는 것이 어떤가. 그것이 우리가 AI사태에 대처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겠는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걱정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우는 또 다른 기우를 만들 뿐이다. 오늘 점심은 얼큰한 닭복음 먹고 땀이나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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