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아침마당]

말 많고 탈 많은 격량의 시간이 영원의 저편으로 밀려나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붉은 닭'이라고 하면 딱히 어떤 의미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붉다'는 것은 '밝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밝다'는 사람에게는 '총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유년을 '총명한 닭'의 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총명’은 알다시피 한자어로 총은 귀가 밝다는 뜻이고, 명은 눈이 밝다는 뜻이다. 귀와 눈이 밝게 되면 자신도 어둡지 않을뿐더러 주변까지 밝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는 자녀를 모두 총명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희생해 가며 노력하지만 과연 현대사회의 우리 아이들은 총명한 아이들로 자라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이제 아이들은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마냥 즐거워 하지만, 두 달 가까운 긴 겨울방학을 맞은 부모는 마냥 즐겁지 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집에 주 양육자가 있는 경우면 다행이지만,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홀로 아이는 키우는 가정은 참으로 난감해 진다.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로 인해 하루 세끼 식사와 간식을 챙겨야 되지만 걱정이 앞설 뿐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이 혼자 집에 있으면 불안해서,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이 뒤쳐질까봐, 전문직이나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바라며,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명분속에 우리 아이들은 여러 개의 학원을 가게 되고 바쁜 부모들로 인해 낮 시간을 홀로 집과 학원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야 된다.

부모는 살아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 생활 속에 부모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미국 보스턴 어린이병원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방치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 방치된 환경에서 자라다가 좋은 양육환경의 가정이나 보호시설로 옮겨져 자란아이, 처음부터 좋은 일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로 나누어 12년간 MRI를 이용해 뇌의 발달 상황을 관찰한 결과, 어린 시절 방치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정보를 전달하고 정서를 담당하는 뇌의 백질 부분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방치된 환경에서 자라다가 좋은 양육환경으로 옮겨져 자란 아이들은 처음부터 일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비슷하게 뇌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진행한 요한나 빅 박사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아이들의 뇌 발달과 정서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아동에 대한 양육은 일정부분 국가나 사회의 책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기르기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모가 자녀들을 잘 기르면 부모에게 기쁨을 주고 부모로 하여금 보람을 느끼게 하고 부모가 자녀들을 잘못 기르면 자식으로 인해 부모가 고통을 받아야 한다. 자식은 저절로 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면에서 완전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좋은 본보기와 부단한 관심과 사랑, 지속적인 훈육이 있어야만 잘 성장할 수 있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은 대부분 제대로 된 훈육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에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훈육이 이루어지면 아이들은 바로 잘못을 알고 잘못된 행동이 수정된다. 부모가 안아줄 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데는 7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지식만 가진 아이가 아닌, 눈과 귀가 밝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아이로 키우기 위해 정유년 새해엔 우리 아이들에게 아침 저녁 7초씩, 하루에 14초만 투자해서 "널 늘 생각하고 있어. 사랑해!"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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