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교육감
[투데이포럼]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밝았다.

이육사의 시 '광야'에서처럼 닭의 울음소리는 한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으로 비유되곤 한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4차 산업혁명을 예고하는 알파고와 인공지능의 충격,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국정농단과 교육농단, 광장 민주주의와 1000만 촛불 등 국가적으로나 교육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2017년 새해를 깨우는 닭 울음소리가 어둠을 밀어내고 희망을 알리는 서곡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들과 윤독했던 책 '마당을 나온 암탉'을 다시 펼쳤다. 알 낳는 기계가 돼 하루도 빠짐없이 알을 낳지만 또르르 굴러 철망 끝에 걸리는 것을 바라볼 뿐 한 번도 자신의 알을 만져보지 못하는 양계장의 닭이 있다.

양계장 문 밖으로 보이는 나무를 보고 잎사귀는 꽃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잎싹’ 이라는 이름까지 지은 암탉은 알을 품어보는 것, 햇살 가득한 마당에서 자유롭게 살아 보는 것이 소망이다.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는 병든 몸이 돼서야 닭장을 나오지만 죽음의 구덩이에 버려지고 만다.

놓지 않은 희망의 끈과 청둥오리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위계질서가 견고한 마당은 자유와 공존의 공간이 아니라 폐쇄적인 패거리 문화와 곁을 내주지 않는 각자도생의 공간이었다. 마당을 떠나 가시덤불에서 족제비에게 희생당한 청둥오리와 집오리가 낳은 알을 사랑으로 품고 모성으로 키워 세상을 향해 날려 보낸다.

나이 들어 읽어도 여전히 가슴 떨린다. ‘잎싹’은 편안하고 익숙한 양계장 생활을 포기하고 닭장을 나와 마당으로, 마당에서 숲으로, 다시 저수지로 나아가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성찰하며 끝내 꿈을 실현한다. '잎싹'이 그랬듯이 충남교육은 올해도 관행과 안주를 걷어 변화를 시도하고, 경쟁을 덜어 성장으로 채우는 학교혁신에 집중할 것이다. 또 학생 스스로 삶의 길을 찾아가는 학력, 배움과 삶이 일치는 참학력으로 막연하고 두려운 미래가 아니라, 희망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울 것이다.

청둥오리와 집오리 사이에서 태어나고 닭이 키운 아이 ‘잎싹’의 아들인 '초록머리'는 성장하면서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마당의 집오리에게도 찾아가고 겨울철 떼 지어 날아온 청둥오리 무리에도 끼어보지만 여전히 힘들어하는 '초록머리'를 보며 다문화 학생들이 떠올랐다.

충남의 다문화 학생은 작년보다 17% 증가한 7141명이다.

우리교육청은 다문화교육정책학교, 이중 언어교육, 유관기관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과 학생·교원 다문화 이해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춘기와 문화지체를 동시에 겪는 다문화 학생을 '잎싹'처럼 가슴으로 품는 일일 것이다.

다문화교육은 세계시민교육, 민주시민교육으로 공존과 공영을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이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라는 ‘잎싹’의 마지막 독백은 그 여운이 길다.

소망은 변화를 끌어내는 동기이며 추진동력이다.
알을 품고 싶다는 소망으로 기적처럼 닭장을 나왔고 간절한 이상향이었던 마당에서도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지 않았던가.

늙은 암탉 '잎싹'이 소망을 이루자 아들 '초록머리'의 꿈도 이뤄졌다.

꿈이 있는 부모가 자녀를 꿈꾸게 하고, 꿈꾸는 교사가 미래역량을 가진 학생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새해를 맞이하여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처럼 충남의 교육가족과 도민 모두, 소망의 새신을 신고 마당을 지나고 강을 건너 꿈을 향해 펄쩍 뛰어 오르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