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올 후반기 이후 정치스캔들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언제쯤 되어야 의혹이 규명되고 합당한 조치가 이루어질지 알 수 없으나 소모적이고 시대역행적인 사안임은 분명하다. 알게 모르게 누적된 적폐를 일소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정이라지만 치러야 할 댓가, 이 와중에서 잊혀진 현안이 너무 많다.

정치혐오와 정치인 폄하, 다른 사회발전 추세를 따르지 못하는 정치문화의 후진성은 아쉽게도 20대 국회 들어 더욱 확대재생산되는 추세인데 19대 국회가 보여준 지리멸렬에 실망한 국민들은 혹시나 하고 20대 국회를 기대했다. 적지 않은 인원이 물갈이 되었고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느꼈다면 어느 정도라도 심기일전, 새로운 정치비전을 보여주기를 기대했건만 탄핵정국에 즈음한 그들의 행태는 여전하였다. 오히려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갖가지 치부마저 노출시키면서 정치혐오의 극한을 보여준 셈이다. 새해 들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정치시스템이 자리 잡기까지 혼란과 구태답습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전망이고 보면 그 저변에는 21대 총선이 아직 3년 반이나 남아있고 다른 이슈가 도출되면 국민들은 이전의 사안을 비교적 쉽게 잊어버렸던 선례를 정치인들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나이가 들어 지혜가 쌓이면서 올바른 판단력으로 중심을 잡는다면 노령 정치인들의 현실참여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몰아치는 조기퇴직현상을 아랑곳 않는 장수정치인, 고령정치인, 부패정치인들의 여러 행각은 정치발전의 걸림돌이다. 일선에서 물러나 시대의 어른으로, 스승으로 혼탁한 현실을 꾸짖으며 일갈할 분들이 필요한데 너나없이 현역으로 감투를 꿰차고 노욕을 부리는 정치현장이 그래서 답답하다. 새해 정유년에는 새벽을 깨우는 닭울음 소리처럼 신선한 목소리, 희망에 찬 메시지를 기다려본다. 유권자들에게는 '표'라는 회심의 강력한 무기가 있으므로.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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