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축산과 가축방역관 양훈호 주무관 인터뷰
인력 태부족에 업무과중
식사 거르고 주말도 반납
낮은 처우에 지원자도 없어

▲ 양훈호(36) 충남도 축산과 AI 담당 가축방역관(주무관)
“3일에 한번 머리감기는 기본, 어제는 한끼 밖에 못먹었어요.”

충남도내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꼭 50일째 되는 날인 28일, 충남도 축산과 가축방역관(수의직 공무원) 양훈호(36) 주무관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피로에 찌든 얼굴에는 수염이 거뭇거뭇 돋아 있었고, 한동안 깍지 못해 부스스해진 머리는 몇일 째 감지 못해 기름져있었다.

양 주무관은 지난달 10일 천안 봉강천 철새분변에서 H5N6 AI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머리를 한번도 깍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이후 하루 18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주말에도 비상근무 체계 하에서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라며 “머리를 감거나 수염을 깍을 시간도 없어 건너뛰는게 다반사다. 그나마 집이라도 가까워 잠깐 눈 붙이고 오는게 전부”라고 말했다.

가축방역관은 수의사 면허증을 가진 수의직 공무원으로 평상시 가축전염병 관련 방역 및 예방 업무를 담당하고, 가축전염병 발생 시 현장 투입, 살처분, 예산 집행 등 총체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문제는 가축방역관 수의 부족 문제와 업무 과중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충남도내 가축방역관 수(지난 13일 기준)는 정원 88명으로 휴직, 비(非)수의직 등을 제외하면 현원 76명에 불과하다. 소요(필요)인원 167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현장 업무가 주인 도내 기초자치단체인 시·군별 현황을 보면 최대 2명에서 아예 없는 곳도 있다.

결과적으로 인력 부족은 업무 쏠림현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가축방역관 지원·근무 희망자 부족 현상 및 퇴사, 휴직 등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올해 초 구제역 당시 논산시 가축방역관 1명이 퇴사했고, 아산시 가축방역관 1명은 이달 말을 끝으로 퇴사예정이다. 양 주무관은 “가축방역관이 총액인건비로 운영되는데 인건비 지원 확대 없이는 소요(필요)인력을 채울 수 없다”라며 “고된 노동과 낮은 처우에 지원자마저 부족하다보니 퇴직, 휴직 시 인력 충원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축방역관은 고된 업무에도 불구하고 일반직 공무원과 연봉 수준이 같고, 충남도의 경우 격무부서(고된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로도 규정돼있지 않아 인사가점제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그나마 수의사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어 ‘의료업무수당’ 15만원을 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의사나 약사 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양 주무관은 “충남은 전국 최대 축산단지인 만큼 가축방역관 1인당 관리해야할 범위나 가축 수가 상당하고, 구제역·AI 등이 매년 터지다시피 하다보니 항상 긴장 상태”라며 “정부 차원에서 인력을 확충해 주거나 격무부서 격상,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인 27일 경북 성주군 방역담당 공무원 정모(40) 씨가 AI 대응을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매일 12시간 이상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오다 과로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가축방역관의 업무 과중 문제가 불지펴지고 있다.

김명석 기자 hikms123@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