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석 대전 둔산경찰서장
[수요광장]

다사다난 하다는 한해가 저문다. 몸과 마음이 바빠지는 연말연시 특별치안활동으로 고단하다. 역동적인 대한민국은 수많은 뉴스와 정보가 쏟아지지만 선진 민주 질서에 익숙한 시민들의 일상의 삶은 차분하다. 하지만, 연일 들려오는 조류 인플렌자(AI) 확산으로 작년 메르스의 고통이 생각난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할수록 생활은 편리해 졌으나 자연은 훼손되고 생태계의 부조화는 증가했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기쁨은 더 줄어들었고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작아지고 생활은 편리해지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지혜는 부족하고,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속에 마음의 평온이 흔들린다.

11월 16일 처음 발견된 조류 인플렌자가 한 달 만에 경북, 제주만 제외하고 8개시도 32개군에서 발병해 519농가 2569만 마리의 산란계 등이 살 처분되고 있다고 한다. 전체 산란계의 25% 수준인데 계란값의 상승으로 수입을 고려한다고 한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가창오리 등 국내 경유 철새들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2003년 이래 자주 발생하는 AI는 그 근본 원인이 작은 공간에 사육하는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닭이 귀해 잔칫날 맛보거나, 볏집으로 포장한 달걀 한 줄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요즘은 5만 마리 이상 대규모 단지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밀집된 사육 환경이 질병에 대한 면역력과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 된다고 걱정한다. 도시화, 공업화가 가속되며 축산업도 산이 많은 지형을 적정히 활용하거나 집적화된 친환경적인 축산으로의 정책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230년전에 교육철학자 루소는 이미 근대 문명으로 대자연이 파괴돼 가는 것을 걱정했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본래의 착한 본성을 잃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인간에 대한 최고의 교육은 자연의 섭리를 배워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대자연의 혜택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교육은 시작된다. 자연으로 돌아가야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회복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요즘 인기 프로인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홀로 원시적인 생활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자유로움과 질서, 평등하고 착한 본성을 회복하는 자연 상태의 인간사회라고 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햇빛, 산과 강, 풀, 나무 땅의 혜택 속에서 행복하다고 한다. 새해에는 자주 산길을 걷고 시골 여행을 해보고 밤하늘의 별들을 세 보고 싶다.

세계보건기구는 암과 각종 바이러스 질환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첨단 의료 기술이 발달해 100세 시대지만, 메르스, 독감, AI 등 바이러스성 질환과 암 발병률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농약, 화학비료로 생산된 먹거리와 오염된 물, 탁한 공기는 건강을 위협한다. 말기 암 환자가 산골의 맑은 공기와 오염되지 않은 식수, 채식위주의 가공되지 않은 식재료와 꾸준한 운동으로 암을 극복한 사례를 보게 된다. 문명이 발달 할수록 몸살 앓는 하나뿐인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걱정한다. 문명의 편리함은 공짜가 아니라고 한다. 한해 4 천 만 명이 입출국하며 수백만 마리의 철새들이 왕래하는 글로벌 시대에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바이러스의 확산은 글로벌 문제가 되었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이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AI 방역당국의 조치가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경찰도 온밤을 밝힌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새해에는 안심과 안전, 평온과 행복이 지역 사회에 가득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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