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이규식
일본에서는 노인 기준을 지금의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65세 이상 일본노인은 전체 국민 네 명중 한 명꼴인데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지금은 노인비율이 낮지만 고령화 추세가 훨씬 가팔라 10년 뒤에는 65세 이상이 10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우리도 노인기준을 올려 국가 재정지출을 줄이는 고육책을 선택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고조와 의학발전,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수명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므로 노인연령을 높여도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요즘 65세를 노인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본인 스스로도 거부하는 마당에 노령수당 지급이나 의료, 간병 서비스 등 사회복지 수급 연령이 올라가면서 복지 부담을 축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런 산술적인 대책만으로는 점차 심각해지는 노인문제에 대처하기 역부족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우리도 노인기준을 상향조정한다면 여기에 수반되는 의제 역시 만만치 않다. 노인 일자리 확대를 통해 경제적 수입과 성취감을 부여하고 아울러 나날이 늘어가는 이른바 '폭주노인' 들의 증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전 노인의 이미지를 벗어나 과격하고 폭력적이며 충동에 의존하면서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폭주성 노인의 심각성은 지금도 확산중이다. 그러려면 경제적 배려와 함께 노인들이 건전하게 '노는 법'을 익히도록 각별히 챙겨야 한다. 평생 산업화의 역군으로 가족부양에 힘겨워 하면서 별다른 취미나 놀이를 배우고 즐기지 못한 가운데 술, 화투, 바둑, 춤, 노래 같은 소비적이고 제한된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열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건전한 놀이문화 개발과 보급에 눈을 돌릴 때이다.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 거리 곳곳에서 노인들이 즐기는 야외 체스놀이<사진>가 인상적이었다. 여럿이 어울려 머리를 짜내 묵직한 기물을 옮기고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푸는 그들의 국민취미,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