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우리도 노인기준을 상향조정한다면 여기에 수반되는 의제 역시 만만치 않다. 노인 일자리 확대를 통해 경제적 수입과 성취감을 부여하고 아울러 나날이 늘어가는 이른바 '폭주노인' 들의 증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전 노인의 이미지를 벗어나 과격하고 폭력적이며 충동에 의존하면서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폭주성 노인의 심각성은 지금도 확산중이다. 그러려면 경제적 배려와 함께 노인들이 건전하게 '노는 법'을 익히도록 각별히 챙겨야 한다. 평생 산업화의 역군으로 가족부양에 힘겨워 하면서 별다른 취미나 놀이를 배우고 즐기지 못한 가운데 술, 화투, 바둑, 춤, 노래 같은 소비적이고 제한된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열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건전한 놀이문화 개발과 보급에 눈을 돌릴 때이다.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 거리 곳곳에서 노인들이 즐기는 야외 체스놀이<사진>가 인상적이었다. 여럿이 어울려 머리를 짜내 묵직한 기물을 옮기고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푸는 그들의 국민취미,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