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투데이포럼]

11세기 영국 코벤트리지역을 통치하던 레오프릭백작은 주민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부과했다. 몰락하는 주민들의 어려운 삶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던 백작의 아내 고디바(신의 축복이라는 뜻)는 남편에게 코벤트리 마을주민들에 대한 가혹한 세금징수를 줄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백작은 아내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백작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거듭해서 간곡히 간청을 하자 남편은 비웃으면서 만약 그녀가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돈다면 그 청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백작은 16세의 어린 아내가 대낮에 모든 주민들이 지켜보는 데에서 벌거벗고 말을 타는 일은 부끄러워서 도저히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의 예상과 달리 고디바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한바퀴 돌았다. 고디바의 따스한 마음에 감격한 주민들은 그녀가 알몸으로 마을을 도는 동안 커튼으로 창문을 가린 채 창밖을 보지않았다고 한다. 레오프릭백작은 아내의 용기에 탄복해 세금을 감면해줬고 선정을 베풀었다고 한다. 19세기에 화가 존 콜리어가 이 아름다운 장면을 섬세한 그림으로 남겼고 벨기에의 한 초콜릿회사는 ‘고디바’를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로 만들었다.

요즘 말 타고 대학에 들어간 한 여자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 대학에 가기 위해 밥 먹는 시간마저 줄여야하고 때로는 도서관 한귀퉁이에서 쪽잠을 자면서 피곤함을 쫒아야 하는 이 땅의 청년들의 가슴이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다. 멋진 승마복을 입고 비싼 명마를 탄 채로 ‘능력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이러면서 서민들의 성실한 삶을 비웃고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했다. 이에 비해 ‘고디바’는 멋진 승마복 대신 벌거벗은 채 부끄러운 모습으로 말을 탔지만 지금도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두 여인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다. 말을 타기는 마찬가지인데 무엇이 이 둘을 이렇게도 다르게 만들었는가? 한 여자는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말을 탔고 다른 한 여자는 어려운 사람들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기 위해 말을 탔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멋진 승마복을 입고 있지만 그 안의 마음은 너무 더럽다. 함께 사는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수치까지도 참고 행동하는 사람은 겉은 벌거벗었지만 안의 마음은 아름답다.

말 탄 여자가 저지른 비린내나는 이 사건이 지금이라도 드러난 것이 천만다행이다. 만약 이런 일이 드러나지 않고 온갖 편법을 저지른 주인공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하게 IOC위원까지 됐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온갖 편법을 저지르더라도 자신의 욕망만 채우면 된다는 잘못된 가치관이 이 사회에 팽배해지면서 성실하게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많은 뜻있는 젊은이들을 좌절시켰을 것이다. 이 생채기를 치유하는 것은 현명한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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