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소방시설관리사
[시선]

어느 날 저녁 TV를 보다보니 각종 사건사고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불현듯 머릿속에 '안! 전! 불! 감! 증!'이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우리는 요즘 안전불감증이란 말을 자주 하거나 듣게 된다. 누구나 안전불감증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무심코 흘려버리거나 무관심하다.

'안전불감증'이란 말 그대로 안전에 대해 무감각한 것을 말한다. 안전한 상황이 아닌데도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안전수칙 등 안전에 대한 기본상식이 무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이나 노후화된 전기시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화재에 취약한 비닐과 스티로폼 판넬이 사용되면 언제든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무감각, 무신경하다.

이러한 안전 불감증은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차 97대, 소방헬기 2대, 인력 870명이 동원돼 화재진압에 나섰지만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고 점포 839여 곳이 전소됐으며, 피해액만 1000억 단위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피해액이 커진 것은 연말 특수를 위해 점포마다 많은 물건들을 들여 놓았는데 한 곳에서 시작된 화재가 연소 확대돼 모든 점포가 잿더미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발생한 대형화재는 시장 상인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춥게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대형화재가 발생한 서문시장 4지구가 2015년 화재 안전 진단에서 전체적으로 안전 판정을 받았으나 멀티탭과 콘센트 등 발화 위험성이 있는 전기시설 부문에서 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현재 전기시설을 유력한 발화 지점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통시장 화재의 절반 이상이 누전·합선 등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했다. 상당수 전통시장에서 노후화된 전기시설을 사용하거나 임시 배선 등을 사용해 화재 발생 위험이 높으며, 특히 전열기구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에는 무분별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멀티탭에 지나치게 많은 전열기구를 꽂아 사용하거나 먼지 등 이물질이 쌓여 있는 경우 화재 위험성이 매우 높은데, 전통시장 화재가 겨울철에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또한 전통시장에 대형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통로의 좌판이나 적재물품 등으로 소방차 진입이 더뎌지는 점도 상인들의 인식개선을 통해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 실제, 서문시장 화재의 경우 119안전센터가 옆 건물에 위치해 2분여 만에 화재현장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점포가 타 버렸다. 좌판이나 적재물품 등으로 차량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초기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시장 내 바닥에 소방통로를 알리는 선이 그어져 있지만, 평소 좌판들이 버젓이 소방통로를 점거한 채 영업하고 있다. 소방훈련이나 공무원 계도때만 잠시 선 안으로 옮겨졌다 다시 소방통로 위에서 장사하는 모습도 흔히 목격됐다.

화재방지를 위한 법 규제나 단속 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며, 안전성이 검증된 배선·배관을 사용하고 영업이 끝나면 반드시 좌판과 적재물품을 깨끗하게 치워 소방통로를 확보한다는 의식이 이제는 자리 잡아야 한다.

불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불을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행복도, 불행도 줄 수 있다. '설마 불이 나겠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 안전불감증은 과감히 버리고, 화재 안전수칙을 준수해 행복하고 안전한 가정을 지킬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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