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왕철 충남본부 서천담당
[기자수첩]

우여곡절 끝에 지난 15일 서천군 신청사 입지가 옛 서천역 인근으로 결정됐다. 십 수 년간 이어져온 입지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공간적으론 한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정서상으론 지역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지자체 청사의 미래를 그리는 작업이었기에 후보지를 결정하는 건 무척 힘든 과정이었다.

일단 무엇보다 이 같은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내린 노박래 서천군수의 결단에 의미를 부여한다. 정치적 함수를 고려하면 노 군수는 다음 선거까지 이 이슈를 끌고 갈 수 있는 명분을 쥐고 있었지만 과감히 버렸다. 어려운 결정임이 분명한 사안이지만 정치적 고려보다 지역의 미래를 더 가치 있게 생각했음을 증명한 거다. 노 군수는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군수 한 번 더 하면 뭐할 거냐. 지역을 위해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지부진했던 신청사 입지 결정 문제에 고삐를 당겼다고 한다. 물론 반대급부로 노 군수는 정치적 희생타를 감수해야 한다. 지역의 앞날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정치적 멍에를 짊어져야 한다는 것, 이것은 자치단체장이 감내해야 할 숙명과도 같은 문제인 거다.

노 군수의 결단으로 서천군 신청사 건립의 시계는 앞당겨졌다.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이 시간을 지역 발전 아이디어 생산과 논의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거다. 지역 발전이라는 하나의, 공동의 목표에 지역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 건 큰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이 사안을 잘 마무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서천군 신청사 입지 결정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돼선 안 된다. 입지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민주적으로 이뤄졌다는데 이견이 없는 만큼 새로운 군 신청사 건립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 청사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과 함께 현 청사 주변지역 공동화 방지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신청사 입지가 옛 서천역 인근으로 결정된 건 지역 발전을 위한 미래 가치에 더 많은 의견이 수렴됐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현 청사 인근 지역이 군 정책 결정의 후순위로 밀려선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신청사 건립의 결정적 근거인 지역 발전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제는 구 청사가 될 현 청사 주변지역에 대한 도시계획 지구단위계획까지 세워서라도 공동화 방지를 위한 마스터 플랜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지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달려갈 수 있다. 이번 신청사 입지 문제에 있어 승자와 패자가 엇갈려선 안 된다. 새로운 지역 발전의 구심점을 세우는 일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기반으로 지역이 다 함께 공존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서천군 신청사 건립이 서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 청사 인근 지역 공동화 방지 대책 마련은 도약의 기회에 날개를 다는 일이다. 한 쪽 날개만 갖고는 도약할 수 없다. 이제 옛 청사 인근 공동화 방지는 신청사 건립의 최우선 선행과제로 인식돼야 한다.갈등과 반목의 치유가 중요하다는데 공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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