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대전YWCA 회장
[시선]

십간십이지로 붉은 원숭이 해라는 병신(丙申)년이 지나가고 닭의 해인 정유년이 다가온다. 2016년은 국정논란 사건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격이 땅에 곤두박질쳤다. 나라를 망친 사람들은 하나 둘 화려한 옷 대신 죄수복으로 갈아입고 감방으로 들어갔다. 대통령도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과거의 틀을 벗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사실 우리는 여성대통령을 당선시킴으로써 성평등을 비롯해 차별없는 세상이 빨리 다가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두 여성의 국정 농락으로 인해 이러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특히 대통령은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죽음과 마주하고 있을 때 머리를 매만지는 등 무엇인가를 하다가 골든타임을 다 넘기고 7시간 후에야 나타나 엉뚱한 말을 하는 모습,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개인에게 넘겨버리고 피부 관리를 더 중시하는 듯한 모습,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했으면서 말을 바꿔 국민의 신뢰를 져버리는 모습, 최순실 이외에는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불통의 모습, 그리고 대통령 주위에서 네네하면서 환관이나 조폭처럼 의리를 내세우며 권력을 동원해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호위무사들의 모습으로 인해 국민은 실망을 넘어 공황장애에 빠져버렸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 탄핵 이후 진행되는 국회의 국정조사청문회에서 대기업 회장, 전직 장관이나 비서관, 대학 총장과 교수 등 우리나라 리더라는 사람들이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하나같이 ‘기억이 안 난다’, ‘모릅니다’, ‘아닙니다’로 일관하는 오리발족, 앵무새족이라는 사실 앞에서 이들에 대한 청산없이는 우리나라가 한발자국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이번의 사태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됐던 구한말이나, 해방 후 남북대립, 그리고 수십 년 간 이어진 군사독재 때나 마찬가지로 엄청난 위기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가 내부 분열, 즉 사회의 건강하지 못함에 있었음을 알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지식수준도 높아지고 물질 면이 더 풍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담지 못한 지식, 실천을 동반하지 못하는 지식, 그리고 사리사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몰가치의 물질로 인해 정의보다는 오히려 정의롭지 못한 것을 수호하는 악의 축이 돼버렸다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이번의 국정 농단도 그 중심에는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에 아부하고 편승했으며, 대기업주는 국가권력과 야합해 돈벌이에만 몰두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새겨준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재벌중심경제정책으로 인한 양극화와 권력집중, 교육의 비정상 등 사회정치적 근본문제를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분명히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성차별, 연령차별, 신체적 차별에 관한 언어와 행동 등도 마땅히 고쳐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우리 국민은 행복의 양극화, 빈곤의 악순환, 흙수저론, 재벌을 위한 관치경제 등을 해결하고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만 명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5000만명이 모두 대우받는 행복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슬픔을 낭비할 수 없다. 헬조선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살만한 곳이어야 하는 것이다. 수천 만 명이 마음의 촛불을 밝히고 새로운 대한민국이 이뤄지길 소원하며, 희망의 새벽을 여는 닭의 울음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