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부터163명 식사, 통제 없이도 가지런한 줄, 소음·음주행위 행동없어, 인근 어린이집 정상교육

▲ 15일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성모의 집 앞 점심을 먹기위해 줄서 있는 노인들(왼쪽).양승민 기자
“봐봐 주변에 담배꽁초도 하나 없어… 문제가 있었다면 우리가 벌써 난리를 쳤을 꺼야”

15일 대전 동구 삼성동노인회관에서 만난 남 모(70) 노인은 위층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성모의 집’을 기피시설로 바라 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성모의 집은 60세 이상 결식 우려가 있는 노인들에게 1일 1회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경로식당(노인무료급식시설)이다.

이날 동장군이 기지개를 켜면서 오전부터 강추위가 이어졌지만 성모의 집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20여명의 봉사자들이 모여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낮 12시 급식이 시작되고 약 1시간 동안 성모의 집을 이용해 식사를 마친 노인은 모두 163명이다. 이 중 외관상 노숙자로 보이는 이용자는 6명으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최근 신축이전 예정부지와 맞닿아 있는 보문중·고등학교가 걱정할 만큼 노숙인들이 많지는 않았다. 성모의 집 이용자들은 오전 11시40분경부터 줄을 서는데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 다리 위에서 찍은 허름한 모습의 대전 노인무료급식시설 '성모의 집'. 양승민 기자
급식이 시작되면 노인들은 차례차례 들어와 100원의 동전을 내고 자리를 채웠다. 100원의 밥값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노인들의 작은 성의표시다. 노인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봉사자들은 김치와 밥을 들고 사이사이 지켜서 부족한 만큼 식판을 채웠다. 식사시간 동안 어느 누구도 큰소리를 내거나 음주행위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성모의 집 바로 옆에는 중형 어린이집이 두 곳이나 있었지만 이들은 골목이 좁아 차량통행만 약간 불편할 뿐 어린이들의 안전이나 교육환경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20여년 동안 한 자리에서 노인들의 점심을 책임져 온 성모의 집은 이제야 번듯한 새집으로 이사할 기회가 주어졌다. 가건물로 지어진 식당이 오랜 세월을 겪으면서 낡고 비좁아 이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천주교 대전교구와 동구의 협약에 따라 부지와 신축사업비 9억 7000만원이 확보된 것이다. 하지만 인근 학교와 학부모의 교육환경 악영향 우려와 반발로 새집마련의 꿈이 무산될 운명에 놓였다.

양승민·최윤서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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