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량 격감 제작업체 '울상'
경기침체 영향 기업 예산절감 차원 제작포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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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늘과 내일의 거울입니다. 신문은 과거가 담겨있는 기록물입니다. 매일 기사가 쌓여서 수십년이 지나 '역사'로 남았습니다. 충청투데이 온라인뉴스부에서 과거 지면을 통해 옛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과거를 토대로 오늘을 살피면 미래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달력 인심' 사라지나…

"97년도 달력이 품귀다. 특히 광고회사나 금융·보험사 등을 제외한 일반기업의 경우는 경상예산의 절감차원에서 캘린더를 아예 만들지 않는 곳도 많아 제작사들이 울상을 짓고있다." 1996년 12월15일 대전매일 12면


달력은 공짜입니다. 일년마다 맺는 인연입니다. 소속 단체나 단골 거래처에서 서비스로 나옵니다. 한 해 365일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시간입니다. 빨간 날 횟수부터 주관심사입니다. 연간 월간 계획은 뒷전으로 밀립니다. 달력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12개월 치 공휴일 파악이 우선순위입니다.

달력은 모두 똑같을 법도 한데 주문자마다 모양과 특성이 다릅니다. 날짜는 기본이고 각종 정보로 무장했습니다. 은행 달력으로 몇년 저축계획을 세우고, 치킨집 달력으로는 야식을 먹게 됩니다. 금융상품, 치킨메뉴 등이 한눈에 알아보도록 담겨있습니다. 병원 달력은 탄탄하고 날씬한 남녀 모델이 등장해 체조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것도 12가지 방법으로 말입니다. 재물, 음식보다 건강을 최고로 여기게 만듭니다. 그중에서 압권은 항공여행업계 달력입니다. 세계 명소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처럼 담겨있습니다. '올해의 사진'에 뽑힐 만한 게 12장이나 됩니다. 달력 자체만으로 예술입니다. 제대로 '눈호강' 합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하게 만듭니다. 

달력 배포는 마케팅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비용입니까? 손해입니까? 나눔입니까? 광고홍보 목적입니다. 달력을 온 집안사람이 일 년 내내 들여다보지 않습니까? 시골에서는 아궁이 불쏘시개로 쓰였고 재래식 화장실 화장지 대용으로도 쓰였습니다. 가정에서 눈에 띄는 곳에 걸리느냐 방구석과 쓰레기통에 처박히느냐는 어떤 방식으로 제작하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달력은 자칫 '무상복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달력을 받은 개인은 가족을 이끌고 '고객'으로 되돌아옵니다. 손해같은데 이득입니다. 불황기에도 비용을 들여 찍어낼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전술적 후퇴 결과는 미지수이지만, 전략적 투자는 장기적으로 플러스입니다. 새해 달력을 넘기며 내일의 희망을 예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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