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미술평론가
[투데이춘추]
자연계와 영적 세계 사이의 중간계에 존재한다는 이 상상적인 기후대란 결국 예술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지만, 작가들은 매우 과학적인 리서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인상적인 작품 중의 하나인, 케이티 패터슨의 ‘캔들(지구에서 블랙홀까지)(2015, 양초 10개, 비닐 도표)’은 23겹으로 만들어진 실제 양초이다. 이 양초는 별, 행성, 우주 공간으로부터 얻은 분자 데이터에 따라 서로 다른 향기가 나는데 예를 들어 성층권에는 제라늄의 향을, 금성에는 황산의 향을, 늙은 별에는 휘발유의 향이, 블랙홀에서는 무취의 향이 나는 것으로 설계된 초라고 한다.
관객들은 초가 타면서 23가지의 향수를 맡는 셈인데, 12시간을 타는 이 양초는 지구에서 시작해 하늘과 태양계, 블랙홀까지 여행을 하는 과정을 은유한다. 케이티만큼이나 과학적 협업을 즐기는 작가인 프랏차야 핀통은 ‘메탄수화물에 불을 지피기 위한 제안서(제작 중)(2013, 안료 프린트)’란 제목의, 흰색 표면에 작고 어두운 웅덩이의 화합물을 연소시키는 실험 이미지를 담은 사진 작업을 선보였다.
근래 작가는 바이칼 호수를 탐험하여 이와 동일한 화합물의 물웅덩이를 발견하였고, 그 화합물에 열을 가해 마치 천연가스를 채굴하고자 하는 것 같은 시도를 보여준다. 이 작업에서 가스도 석유만큼 불안정한 연료이고 오염물질을 포함한다는 것과, 바이칼 호수도 어쩌면 미래의 자원 저장고로 식민화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작가 핀통은 은연중 자원에 대한 진실과 오해 및 자원개발에 대한 지정학적인 복잡한 이해관계까지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비엔날레의 작품들은 늘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실제적인 '기후'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하는 사회적, 정치적 역할과 우주적이고 시적인 성찰까지 그려져 있었다. 비엔날레의 성공유무를 떠나서, 우리는 예술가들의 과학적 리서치가 얼마나 탄탄한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동시대 미술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