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전청사 이현구 수경
등록금으로 모은 350만원
소아암 어린이 수술비 기부
평소에도 봉사활동 적극적

▲ 정부대전청사경비대 소속 이현구 수경은 지난 7일 한국소아암재단에서 암투병 중인 A(6) 군에게 기부금 350만원을 전달했다. 대전지방경찰청 제공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 사실을 숨기려는 어린아이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의무경찰 복무를 하며 모은 월급을 암투병 어린이에게 전달한 정부대전청사경비대 소속 이현구(23·1062기) 수경의 사연이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전역을 2개월여 앞둔 이 수경은 얼마전 여가시간을 이용해 봉사단체 홈페이지를 훑어보던 중 가슴 아픈 사연을 접했다. 안구에 암이 전이돼 한 쪽 눈을 실명한 A(6) 군이 수술비가 부족해 남은 눈마저 실명 위기라는 것을 알게 된 이 수경은 대학등록금을 위해 1년 6개월간 빠짐없이 모은 월급 350만원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이 수경이 한국소아암재단을 통해 기부한 350만원 덕분에 A 군은 조만간 수술을 받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 수경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 수경의 선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청사경비대 2소대로 전입온 뒤 매달 꾸준히 월급의 10%인 2만원을 초록우산재단에 기부해왔고, 정기외출때마다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나의 작은 도움으로 어려운 순간을 딛고 일어서는 그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봉사활동의 이유를 밝힌 이 수경은 고등학생 시절 아픔을 겪기도 했다. 5년 전 암에 걸린 어머니가 투병 과정에서 힘들어하던 모습을 지켜본 이 수경은 “어머니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 아프다”고 털어놨다. 다행이 이 수경 어머니는 무사히 치료를 마쳐 건강을 회복했고, 이 수경은 어머니에게 못다한 도움을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신하겠다고 다짐해왔다.

이 수경의 다짐은 대학시절 봉사단체에 가입해 활동할 당시는 물론 의경 입대 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입대 초 궂은일을 도맡는 막내생활을 하면서 ‘나만 왜 힘들고 못났나’는 생각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어느 순간 저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깨닫고 도움을 베풀며 희망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 수경은 경비대 내에서도 2소대 분대장으로서 후임병들의 고충을 곧잘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선임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런 근무태도 덕분에 이 수경은 71주년 경찰의 날에 대전경찰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수경은 “봉사의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참여를 권유해도 이를 냉담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너무 안타깝다”면서 “전역 후에는 더 왕성하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주변에 참여기회를 널리 알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남을 돕는것이 결국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라는 이 수경은 이번 선행을 아직 아버지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이 수경은 “‘어릴 땐 얌전하더니 이렇게 사고를 친다’며 어머니에게 칭찬 섞인 핀잔을 들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아버지도 잘 설득해 전역 후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이 수경은 또 “후임들 역시 의경 복무기간을 막연한 시간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전역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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