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전청사 이현구 수경
등록금으로 모은 350만원
소아암 어린이 수술비 기부
평소에도 봉사활동 적극적
의무경찰 복무를 하며 모은 월급을 암투병 어린이에게 전달한 정부대전청사경비대 소속 이현구(23·1062기) 수경의 사연이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전역을 2개월여 앞둔 이 수경은 얼마전 여가시간을 이용해 봉사단체 홈페이지를 훑어보던 중 가슴 아픈 사연을 접했다. 안구에 암이 전이돼 한 쪽 눈을 실명한 A(6) 군이 수술비가 부족해 남은 눈마저 실명 위기라는 것을 알게 된 이 수경은 대학등록금을 위해 1년 6개월간 빠짐없이 모은 월급 350만원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이 수경이 한국소아암재단을 통해 기부한 350만원 덕분에 A 군은 조만간 수술을 받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 수경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 수경의 선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청사경비대 2소대로 전입온 뒤 매달 꾸준히 월급의 10%인 2만원을 초록우산재단에 기부해왔고, 정기외출때마다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나의 작은 도움으로 어려운 순간을 딛고 일어서는 그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봉사활동의 이유를 밝힌 이 수경은 고등학생 시절 아픔을 겪기도 했다. 5년 전 암에 걸린 어머니가 투병 과정에서 힘들어하던 모습을 지켜본 이 수경은 “어머니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 아프다”고 털어놨다. 다행이 이 수경 어머니는 무사히 치료를 마쳐 건강을 회복했고, 이 수경은 어머니에게 못다한 도움을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신하겠다고 다짐해왔다.
이 수경의 다짐은 대학시절 봉사단체에 가입해 활동할 당시는 물론 의경 입대 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입대 초 궂은일을 도맡는 막내생활을 하면서 ‘나만 왜 힘들고 못났나’는 생각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어느 순간 저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깨닫고 도움을 베풀며 희망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 수경은 경비대 내에서도 2소대 분대장으로서 후임병들의 고충을 곧잘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선임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런 근무태도 덕분에 이 수경은 71주년 경찰의 날에 대전경찰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수경은 “봉사의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참여를 권유해도 이를 냉담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너무 안타깝다”면서 “전역 후에는 더 왕성하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주변에 참여기회를 널리 알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남을 돕는것이 결국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라는 이 수경은 이번 선행을 아직 아버지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이 수경은 “‘어릴 땐 얌전하더니 이렇게 사고를 친다’며 어머니에게 칭찬 섞인 핀잔을 들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아버지도 잘 설득해 전역 후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이 수경은 또 “후임들 역시 의경 복무기간을 막연한 시간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전역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