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드디어 그날이 밝았다. 끝내 자진 하야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의 길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은 "탄핵돼도 담담히 갈 각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에게 232만 명의 촛불은 안중에도 없다. 거대한 촛불의 함성도 두렵지 않으니 내 갈길 가겠다는 심산이다. 오만한 권력자의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럴 만큼 당당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본 지난 4년간 청와대의 작태는 한마디로 ‘한심’ 그 자체였다. 21세기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중심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 비정상 행태의 총합이기도 하다. 최순실과 차은택이라는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보안손님’이라는 미명하에 청와대를 들락거렸다고 하니 국정이 제대로 굴러갔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경호실의 일반적인 관리조차 받지 않고 늦은 밤에도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듯 했다고 하니, 보안손님은 ‘보면 안 되는 손님’이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315명이 배 안에 갇힌 채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대통령은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고 한다. 그러니 “이게 나라냐?”는 장탄식이 쏟아지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미스터리 7시간'을 두고도 여전히 온갖 억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비아그라, 프로포폴 등이 반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에 담기도 민망한 추론들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참사 당일 굿은 하지 않았다거나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집무를 봤다는 그 이상의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온 국민이 분노하고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데도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죄하고 스스로 거취를 밝혀야 한다는 여론에 끝내 답하지 않았다. 가장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의 소환명령에 불응한 채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철면피 같다”는 국민적 공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분노심을 표출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물론, 어떤 정권이든 정책 실패나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의 실정은 한 마디로 안하무인이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독선과 아집, 비선을 통해 남용했다. 국민은 언로가 막히고 언론엔 재갈이 물려졌다. 국가신인도도 땅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혹자는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라고 말한다. 물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도 우리의 역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굳이 이 같은 역사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박근혜 정권이 ‘최악’이라는 평가를 서슴지 않는다. 아예 역사에서 지워버렸으면 좋겠다는 일갈도 적지 않다. 304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해 윤창중 등 청와대 참모의 엽기적인 국제 추문, 메르스 수습 우왕좌왕, 역사 왜곡 국정 교과서,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남북관계 악화, 총리 등 잦은 인사 참사, 사드배치를 둘러싼 동북아 긴장 고조 등 뭐 하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결과물이 없다. “제발 박근혜 대통령은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패러디가 회자되는 이유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고 반문했던 박 대통령에게 되묻고 싶다. “그럼 뭐하려고 대통령 했냐?”고.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