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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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정진갑 수능출제위원장, 이창훈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왼쪽부터)이 올해 수능시험 출제오류를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정기간 출제위원을 폐쇄된 공간에 합숙시키면서 진행하는 현행 수학능력시험 운영방식은 개선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광복이후 줄곧 전국적인 초미의 관심사로 자리 잡은 대입 관문의 교두보가 되는 수능시험의 보안유지를 위하여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합당한 방법을 찾아볼 법도 하련만 여전히 이런 전근대적인 시스템은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어느 해는 '물수능'에 이어 올해처럼 '불수능'이 반복되는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이 불거진다. 한 달 남짓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는 출제, 검토 작업은 체력, 심리, 정서상 본질적으로 부작용을 양산할 개연성을 내포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인지능력이 발휘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중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문제를 축적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일정 기준을 입력하면 자동 프로그램으로 문제가 작성되는 방안은 어려울까. 그럴 경우 불거질지 모를 문제점과 책임을 출제위원, 검토위원 측으로 전가하기 쉽도록 지금의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아닐까. 단기간에 수능시험을 대체할 효율적인 대안마련과 시행이 어려울 전망이고 보면 우선 현행 출제방식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어디 운영시스템 문제뿐일까. 가장 예민한 사안인 난이도면에서도 올 수능의 경우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에서 아랍어가 상대적으로 점수를 따기 쉬웠다는 형평성 문제가 또다시 반복되었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제2외국어 선택자의 71.1%인 5만 2626명이라는 숫자도 놀랍거니와 찍어도 5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난이도 불균형은 예삿일이 아니다. 아랍어 30문항을 2번만 찍어도 50점 만점 중 원점수 10점을 얻게 되는데 같은 점수로 한문은 8등급,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는 7등급 그리고 베트남어는 6등급을 받는 현실은 현행 수능시험 운영방식의 허점을 보여준다. 근본적인 쇄신이 단기간 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의 보완이라도 지속해야하는데 이런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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