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연중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문제를 축적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일정 기준을 입력하면 자동 프로그램으로 문제가 작성되는 방안은 어려울까. 그럴 경우 불거질지 모를 문제점과 책임을 출제위원, 검토위원 측으로 전가하기 쉽도록 지금의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아닐까. 단기간에 수능시험을 대체할 효율적인 대안마련과 시행이 어려울 전망이고 보면 우선 현행 출제방식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어디 운영시스템 문제뿐일까. 가장 예민한 사안인 난이도면에서도 올 수능의 경우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에서 아랍어가 상대적으로 점수를 따기 쉬웠다는 형평성 문제가 또다시 반복되었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제2외국어 선택자의 71.1%인 5만 2626명이라는 숫자도 놀랍거니와 찍어도 5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난이도 불균형은 예삿일이 아니다. 아랍어 30문항을 2번만 찍어도 50점 만점 중 원점수 10점을 얻게 되는데 같은 점수로 한문은 8등급,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는 7등급 그리고 베트남어는 6등급을 받는 현실은 현행 수능시험 운영방식의 허점을 보여준다. 근본적인 쇄신이 단기간 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의 보완이라도 지속해야하는데 이런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