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수 오디뮤지컬 대표 "내년에 중국서 중국어 버전 올린다"

▲ 왼쪽부터 지킬·하이드 역의 브래들리 딘, 루시 역의 다이애나 디가모,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 왼쪽부터 지킬·하이드 역의 브래들리 딘, 루시 역의 다이애나 디가모,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한국 뮤지컬 최대 흥행작 가운데 하나인 '지킬 앤 하이드'가 본격적으로 아시아 등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1일 대구에서 프리뷰 공연으로 첫 발을 뗀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는 브로드웨이 제작사와 합작한 영어 버전으로, 대구 등 주요 지방도시와 서울을 거쳐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와 유럽 관객을 겨냥한다. 이와 별도로 내년에는 중국에서 현지어 공연에 나선다.

신춘수 대표는 7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지킬 앤 하이드 월드 투어' 간담회에서 월드투어에 대해 "새롭고 진일보한 프로덕션"이라며 "내년에는 이와 별도로 중국어 버전으로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 뮤지컬 최대 흥행작 가운데 하나이자 뮤지컬 제작자로서 오늘날의 신춘수를 만든 작품이다. 2004년 7월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당시 주연인 조승우·류정한 등의 열연에 힘입어 '전회 매진' 기록을 세운 뒤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1997년 초연된 뒤 10여 개국에서 공연됐으나 흥행을 못 하다 한국에서 유독 큰 성공을 거뒀다. 오리지널 버전을 그대로 들여오는 대부분의 라이선스 뮤지컬과 달리 '논 레플리카' 제작 방식을 택해 캐릭터와 가사 등을 새롭게 손본 것이 주효했다는 평을 받았다.

신 대표는 "이번 월드투어 프로덕션을 기존 한국어 버전과 비교하기보다는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봐 달라"며 "그동안의 성공 노하우를 집약해 새롭게 만든 진일보한 '지킬 앤 하이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상이나 무대에도 여러 변화를 줬다. 브로드웨이에서 정상의 활약을 하는 배우들이 어우러져 완성도 면에서는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영어 버전인 '지킬 앤 하이드 월드 투어'로는 동남아 등을 우선 공략하는 한편 중국에서 현지어로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한 '지킬 앤 하이드'도 준비중이다. 내년 여름 공연을 목표로 이미 현지에서 오디션을 끝내고 극장도 잡아 놓았다.

신 대표는 "한국 크리에이티브팀을 중국으로 데려가 중국어 대본과 현지 배우들로 '지킬 앤 하이드'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오디션을 해 보니 한국 뮤지컬 시장의 2000년대 초반 모습 같다. 배우들의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크리에이티브팀의 노하우는 부족해 우리가 쌓은 노하우와 합쳐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새로운 창작은 아니지만 기존에 성공을 거둔 작품을 영어 등 다른 나라 언어로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월드 투어와 중국어 버전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외국 관객에게 통할" 작품을 만들고자 대본 수정부터 의상 디테일까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국내 관객에게 어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존 한국어 버전에서는 삭제했던 부분을 다시 살리고, 은유적이던 번역도 자막을 새로 만들면서 좀 더 정확하고 직설적이게 손봤다.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한국어 버전의 신파적인 부분을 철저히 배제했다.

신 대표는 "지난 10년간 호흡을 맞춘 디자이너들이 더 철저한 시대적 고증을 기반으로 보다 스펙터클하고 진일보한 무대와 의상을 만들었다. 프리프로덕션(사전제작)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그 부분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해온 주연 배우들도 한국은 물론 브로드웨이 이상의 공연을 보여주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주인공 지킬·하이드 역의 브래들리 딘은 브로드웨이에서 '맨 오브 라만차', '스팸어랏' 등에 출연한 배우로 오디션에서 '완벽하다'는 평을 받고 캐스팅됐다.

뮤지컬 배우로 이 역을 가장 해보고 싶었다고 한 그는 "넒은 음역을 커버하고 깊숙한 곳에서 감정을 끌어올려 노래한다는 점에서 나와 잘 맡는 역할"이라며 "한국어 버전의 성공을 이끈 스타(조승우)가 연기한 영상을 봤는데 정말 환상적이었다. 차분하고 영적인 모습 등 몇 가지는 참고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루시' 역의 다이애나 디가모는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3'의 준우승자로 알려졌다. 가수이자 작곡가,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월드투어' 프로덕션이 기존 다른 버전보다 좀 더 현대적이다. 19세기라는 시대 배경에 충실하지만 동시에 현대 관객이 원하는 것들이 있다"며 "특히 여러 디테일들은 브로드웨이 이상의 퀄리티"라고 자랑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 관객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탄했다.

브래들리 딘은 "이번 한국 공연에서 연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사랑과 지지를 받는 것 같다. 관객들의 열정이 놀랍다"며 "나는 한국어를, 관객은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음악과 사랑, 열정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25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서울 공연은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내년 3∼5월로 예정돼 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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