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대부분 “모른다”
고영태 적극 진술과 대비
최순실·우병우 등 핵심 빠져
특히 이날 참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증인인 만큼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다. 여야 위원들은 세월호 참사 7시간 논란을 비롯해 최순실씨와 인연, 공직자 인사 개입 의혹, 청와대 의약품 반입 의혹,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내용 진위 논란 등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대부분 ‘사실무근’, 또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만 답변했다. 위원들은 김 전 실장에게 다양한 의혹 제기를 통해 고성과 날선 비판조로 집중 추궁했지만, 김 전 실장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김 전 실장은 위원들의 각종 의혹 제기와 관련,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점에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지만, 위원들의 날선 의혹 제기에는 비서실장으로서의 역할과 당시 상황 설명 등을 곁들여가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이날 청문회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사람’으로 불린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적극적으로 아는 바를 증언해 대조를 이뤘다.
고 씨는 최순실·차은택 씨와의 관계, 최 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옷과 가방을 제작한 일 등을 밝혔다.
고 씨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보고 “최순실의 수행비서 같았다”고 회상하거나, “막말과 돈 문제 때문에 (최순실과) 싸웠으나, 운동을 해서 ‘욱’하는 성격이 있다보니 후회하지 않았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적도 없다”라고 말하면서 속시원히 최순실과의 관계를 털어놨다.
최순실 씨의 조카로 현 정부 문화·스포츠계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장시호 씨도 이날 오후 3시40분경 청문회장에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무성한 소문과 의혹 속에 베일에 가려져있던 장 씨는 이날 청문회에서도 철저히 자신을 숨기려는 듯한 태도와 답변으로 일관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를 비롯해 안봉근 전 비서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씨 등은 잠적해 동행명령을 집행하지 못했다. 이날 국조특위는 오는 15일 청문회에 증인 및 참고인으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박재홍 전 승마 국가대표 감독 △최순실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 △‘정윤회 문건’ 관련자인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33인을 채택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