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국정농단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 등이 불출석함으로써 '법치 농락'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출석 대상 증인 27명중 13명만 참석했다. 이 가운데 최 씨 조카인 장시호 씨가 오후에 출석하긴 했으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 '맹탕 청문회'로 낙인 찍힐 판이다. 국정 농단 인물들의 후안무치한 행태가 가관이다.

최 씨는 현재 재판 중이라는 점과 공황장애라는 건강상 이유로 청문회에 나올 수 없다고 둘러댔다. 최 씨의 언니 순득 씨도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국정을 농단했던 당사자들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를 국회차원에서 가려내야 할 기회를 공전시키려는 저의가 훤히 드러난다.

우 전 민정수석을 비롯해 11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정조사 증인에 대한 출석요구서는 출석요구일로부터 7일 이내에 송달돼야 하는데 해당증인이 이 기간 내 요구서를 받지 못할 경우 출석을 강제하거나 처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증인이 직접 수령하지 않고 피해 다닐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 우 전수석은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법적인 미비점을 악용하는 증인들이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다는 미용실 원장의 증인 채택의 문제도 남아 있다. 당일 외부인 출입은 없다던 청와대 이영석 경호실 차장에 대한 재출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위증과 국정조사 방해 의혹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의 근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청와대 현장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도 여전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지 못한다. 관여한 바 없다"를 연발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모르쇠'로 버티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때 주요 공직자로서 진실성이나 책임성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비선 실세의 적폐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법한 그들에게서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잘못을 참회 반성하는 마지막 기회조차 걷어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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