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시선]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와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두 도시 모두 국가주도의 사업으로써 철저한 계획 하에 건설되었으며, 각각 조지워싱턴과 세종대왕이라는 존경받는 위인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또한, 각 도시에는 수많은 중앙행정기관이 입주하여 국가행정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여기에 새로운 공통점이 추가되었으니, 바로 국립박물관단지다.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스미스슨(1765~1829)의 기부금 55만달러로 설립된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미국역사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뚝 솟은 워싱턴 모뉴먼트를 중심으로 미국국회의사당과 링컨기념관, 백악관 등과 함께 정연한 배치를 이루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이곳이 바로 국가 정체성의 상징이자 문화적 중심이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스미소니언 박물관단지는 미동부의 핵심 관광명소로써 한 해 약 3000만 명의 막대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데, 그 막대한 경제유발 효과와 함께 워싱턴D.C가 고리타분한 행정도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문화도시로서의 활력과 도시 경쟁력을 갖추는데 지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도 박물관단지가 들어선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 국립박물관단지 마스터플랜 국제현상공모를 실시하고, 지난 11월 14일 최종당선작을 발표하였다. 총 26개국에서 제출된 80개의 마스터플랜 계획안 중 캐나다 Office OU와 우리나라의 ㈜정림건축(임진우)이 공동으로 출품한 세종뮤지엄가든즈(Sejong Museum Gardens)가 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의 영예를 차지하였다.

대한민국의 지리적 중심에 자리한 행복도시, 그 행복도시를 관통하는 금강과 제천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 박물관단지는 주변의 호수공원과 국립수목원, 아트센터 등 인접한 문화시설들과 함께 상승작용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선안도 이러한 주변 환경을 십분 활용하여, 박물관이 기념비적인 구조물로써 인식되기보다는 자연 환경에 순응하는 형태로서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정제된 계획안을 제시했다. 당선안의 마스터플랜이 현실이 되고, 계획대로 2023년에 개장하게 되면 박물관단지는 우리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될까? 우선 지역적, 단기적인 차원에서, 행복도시의 새로운 관광명소이자 자족기능으로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수많은 방문객과 관련 행사를 유치하여 문화도시로서 행복도시의 정체성을 확립시킬 것이다.

필자는 참여와 소통의 21세기를 맞이하여, 새로이 건립되는 국립박물관 단지가 이러한 박물관의 전통적인 역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박물관단지의 아름다운 외형과 함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 즉 박물관단지의 새로운 비전과 역할에 걸맞은 혁신적인 운영프로그램의 마련에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박물관단지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초기 설계단계부터 시민의 의견을 듣고, 정부부처를 포함한 유관기관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수렴하여 그 실현방안을 고민할 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차별화된 대한민국 국립박물관 단지가 태어날 것이다.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정신이자, 미래를 견인하는 지혜의 보고로서, 박물관단지가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여러분의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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