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보람 한국주택금융공사 대리
[시선]

'가족끼리 왜이래', '부탁해요 엄마', '엄마' 등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가족드라마다. 이들 드라마는 어느 나라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실태를 반영하듯 부모 세대를 드라마 전면에 내세우며 부모 자식 간의 진한 정을 그리는 한편, 부모 세대의 로맨스도 극중 소재로 차용하며 한껏 따뜻하고 희망찬 시선으로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낸다. 하지만, 희망을 넘어 핑크빛 가득한 이들 드라마는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부모세대 현실과 사뭇 거리가 멀어보인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9.6%로, 2명 중 1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더욱이 전 연령대 평균보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부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어, 여러 조사연구에서 우리나라 고령층의 노후준비가 사적·공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노인 일자리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남성 84.1세, 여성 87.2세인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를 통해 기대수명까지 노후빈곤을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일자리를 통한 불안정한 소득은 고령층을 평생 고된 노동에 얽매이게 할 뿐 노인 빈곤 문제에 근본적인 탈출구는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특히 일본 사례에서 많이 거론돼 왔듯이, 미래 불확실성에 따른 가계저축의 증가는 소비 및 투자 위축에 따라 경기 침체 장기화를 야기할 수 있는 큰 위험요인이다. 결국 거시적 차원의 소비 활성화 동력이 될 수 있는 '안정적 소득원'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우리나라 실정에 딱 맞는 '주택연금'이라는 맞춤형 제도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 국민이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평생 자기 집에 거주하면서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국가가 보증하는 상품이다. 게다가 이달 25일에는 기존 주택연금 업그레이드판인 ‘내집연금 3종세트’를 출시해 부채감축과 주거안정, 노후보장이라는 1석 3조를 꾀하고자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가진 만 60세 이상 국민이 주택연금에 가입해 일시 인출금으로 대출을 갚고 잔여분은 매월 연금으로 수령토록 하는 상품이다. 일시 인출 가능한도를 현행 50%에서 70%까지 늘려 주택연금 가입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을 주택연금으로 전환 유도함으로써 매월 발생하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흡수하고자 했다. 주택금융공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 가입 시 훗날 60세에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약속하는 경우 보금자리론 금리를 연 0.15%~0.3%를 우대해주는 상품이다. 주택가격이 1억 5000만 원 이하로, 1주택을 소유한 부부 기준 주택연금 수령액을 8~15% 추가 지급해주는 상품이다. 고령일수록 추가 지급액이 더 늘어나게 설계돼 있어 낮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매월 지급되는 수령액이 낮아 가입을 망설였던 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요즘 '웰에이징(well-aging)'이 화두다. 여기에는 단순히 오래 산다는 '장수'의 개념을 넘어 몸과 마음이 최대한 건강한 상태로 나이 들고자 하는 현대인의 희망이 녹아 있다. '웰에이징'이야 말로 평생을 고되게 노동해 자식들 뒷바라지에, 대한민국 전후 재건에 일등 공신이었던 우리 부모 세대가 누려야할 덕목 아닐까. ‘내집연금 3종세트’를 통해 주택연금의 혜택이 풍부해지고 가입자격이 완화된 지금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평생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거룩한 장수의 기쁨을 누리셔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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