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혁 농협대전공판장 사장
[수요광장]

‘껍데기는 가라’라는 어느 시인의 유명한 시가 있다. 보통 껍데기는 거짓, 위선을 의미하며 알맹이는 진실, 본질을 의미하는 비유어로 풍자된다. 알맹이는 중요하고 껍데기는 알맹이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보호막에 불과한 불필요한 존재로 본다. 용어의 정의를 보면 껍질은 감자, 사과, 귤과 같이 단단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물질을 의미하며 껍데기는 호두, 달걀,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의미한다.

우리는 식탁에서 알맹이만 먹고 껍질과 껍데기를 버리는 습관에 익숙해 있어서 키질해서 까불러야 할 귀찮은 존재로 간주 된다. 그러나 나는 껍질과 껍데기가 과연 일상 생활에서 버려야 할 불필요하고 귀찮은 존재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일본의 전통장수 건강법에서 출발한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식사라는 것이 있다. 마크로비오틱은 웰빙, 슬로푸드, 로하스, 오가닉과 같은 세계적인 건강요리 트렌드로 제철농산물을 깍고 다듬어서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긴 그대로 몸통부터 뿌리,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것을 말한다. 식물이 비, 바람, 곤충, 자외선 등 외부의 공격에 가장 노출돼 있는 부분이 껍질, 뿌리, 몸통이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용 화학물질이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 이 방어물질이 인체의 면역체계와 항산화 기능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맛이 없다거나 농약 성분이 두려워 껍질째 먹는 것을 싫어 한다면 신이 선물한 엄청난 영양분을 버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60여종의 생체활성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한다. 쌀눈과 쌀겨에 95%의 영양분이 함유돼 있고 백미에는 5%의 영양분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95%의 영양분을 다 도려내서 버리고 5%의 영양분만 남은 백미를 주식으로 하고 있다. 또 영양학적 가치는 무시되고 지역적인 특성이나 품종, 맛 등 브랜드 가치에 의해 가격이 다양하게 결정된다.

가까운 곳에서도 우리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는데 항상 우리는 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 먼 코스를 돌아 건강비법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되돌아 볼 필요성이 있다. 마크로비오틱 식사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걱정은 잔류농약에 대한 우려와 예쁘게 만들기 위해 과일에 왁스코팅을 하는 문제점이다.

요즈음 농약은 반감기를 짧게 만들어 제조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농약성분이 분해될 수도 있고 세척에 의해 제거될 수 있으나, 그래도 염려가 된다면 GAP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면 된다. 잔류농약은 세척에 의해 제거될 수 있으나 사과나 참외 등에 사용되는 왁스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솔이나 스펀지를 이용해 문질러 씻거나 세척제를 사용해도 일부분 밖에 제거되지 않으므로 육안으로 지나치게 윤기가 나는 과일은 애시당초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우리가 껍질과 껍데기를 버리는 것은 습관일 따름이다. 나 자신도 사과를 껍질째 계속 먹다보니 이제는 껍질을 벗긴 사과가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다. 나에게 껍데기는 알맹이보다 중요하고 위대하다. 자연이 주는 우리 농산물, 특히 그동안 우리가 버리고 무시했던 껍질과 껍데기를 통해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평소 꾸준히 연구하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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