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투데이춘추]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탄핵정국처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은 겨울철 진객 철새들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매년 추위가 찾아오면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이하 AI)는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와 야생조류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로 일종의 전염병이다. 일단 감염되면 3㎞ 이내 농장의 닭과 오리는 살처분·매몰된다. 특히 이번 AI는 고병원성(H5N6)확진 판정이 나왔다.

영남권을 제외한 전국으로 급속히 확장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축산농가의 피해 뿐만아니라 감염된 가금류의 매몰로 인한 지하수 오염 및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이러한 AI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을 생매장하는 장면을 봐야하고 출입 통제 구역이 늘어나는 등 생활의 불편을 겪는다. 특히 먹거리의 불안감이 식탁을 위협한다. 닭이나 오리가 국민 먹거리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AI는 주로 겨울철 가금류 집단사육농장에서 발생하며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바로 집단 폐사한다. 그런 연유에 비춰볼 때 먼저 집단사육농장의 밀집도를 줄이고 농장과 농장 간의 거리 또한 넓혀야 한다. 겨울철이 다가오면 철저히 방역을 하고 농장내부의 청결도를 점검해야 한다.

방역담당 공무원들은 밤낮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살처분, 방역, 교통통제 등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국민안전처는 일손을 보태지 못할망정 감찰을 하겠다고 한다. 보여주기식 행정의 극치이다. 그런 ‘갑질행정’으로는 AI를 차단하거나 근본적인 처방을 내릴 수도 없다.

AI가 발생한 후 미호천을 찾았다. 철새들은 인적이 뜸한 곳에 숨을 죽이며 자리하고 있다. 물살을 가르는 황오리가 보인다. 황오리는 겨울철새의 진객으로 유라시아 중·북부에서 번식을 한 후 10월 하순경 우리나라를 찾아 3월쯤 돌아간다. 4대강 공사 후 금강 본류에서 미호천으로 장소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개체수가 늘어나더니 작년에는 약 500여 마리가 찾아와 우리나라 황오리 최대군집지로 자리를 잡았다. 황오리의 힘찬 날개짓과 비상은 거대한 자연의 오케스트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오리 및 야생조류들은 AI로 인해 환영 받지 못하고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제 상생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근시안적인 대책 말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 일을 하라고 세금을 내고 국민으로 사는 것이다. 정치인과 행정가가 모범을 보이면 AI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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