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사 읽은 사람만 알 수 있게"…9일 제목·저자 공개예정
2~3권 팔리던 책이 4천500권 팔려… 전국적으로는 13쇄 누계 18만 부 육박

일본서 제목·저자 가리고 파는 '문고X' 선풍적 인기

"직접 사 읽은 사람만 알 수 있게"…9일 제목·저자 공개예정

2~3권 팔리던 책이 4천500권 팔려… 전국적으로는 13쇄 누계 18만 부 육박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에서 제목도, 저자 이름도, 내용도 비닐 커버로 덮은 채 서점에 진열돼 '문고(文庫)X'로 불리는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 화제다.

"기가 질리는 기분을 이해한다", "그래도 당신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겉에는 손으로 쓴 이런 메시지가 책 제목과 저자 이름을 볼 수 없도록 투명한 비닐커버속의 책 표지를 꽉 덮고 있다.

책을 사서 읽어본 사람만 제목과 저자, 내용을 알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경우 대개 먼저 읽은 사람이 구전이나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해 소문을 내기 마련이지만 웬일인지 '문고X'의 경우 아직 알려진 게 없다.

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책 구매자가 알 수 있는 건 책이 500페이지가 넘는 논픽션이라는 것과 책값이 세금포함 810엔(약 8천360원)이라는 사실 뿐이다. 그런데도 책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찾는 바람에 잘 팔린다고 한다.

문고X는 이와테(岩手) 현을 중심으로 10개의 서점을 운영하는 사와야 서점 중 하나인 JR 모리오카(盛岡)역 건물내 페잔점의 문고 담당자 나가에 다카시(33)씨의 아이디어로 제목과 저자 이름을 가리고 팔기 시작했다.

표지를 볼 수 없게 비닐 커버 속에 손으로 글씨를 써넣은 것도 그였다. 그의 아이디어로 7월 하순부터 서점 한 쪽에 전시했다. 책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영수증에도 책 제목을 기재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했다고 한다.


나가에씨는 "최근 논픽션이 팔리지 않아 선입관을 제로상태로 만들면 여러 사람이 찾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기획 동기를 설명했다.

이 서점의 이 책 판매 실적은 한 달에 기껏해야 2~3권이었으나 '문고X'로 표지를 볼 수 없게 만들어 내놓자 들여놓았던 60권이 닷새 만에 모두 팔렸다. 11월 하순까지 무려 4천500권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점포장인 다구치 미키토(43)씨는 아는 서점에 알리고 트위터에도 올렸더니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650개 이상의 서점에서 문의가 쇄도했다고 소개했다.

이 책 출판사에 따르면 초판 3만 부를 찍었으나 페잔점에서 행사를 시작한 후 중판을 거듭해 이달 중에 13쇄, 누계 18만 부에 육박하고 있다. 담당자는 "(다큐멘터리 18만부는) 쉽게 갈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라면서 "페잔점 아이디어의 효과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책을 펼친 순간의 충격은 지금까지 본 책에는 없던 것"이라거나 "비밀을 공유할 권리도 같이 샀다"는 등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책의 정체가 인터넷 등에서 폭로되는 일도 거의 없다

의외의 인기에 가장 놀란 사람은 정작 아이디어를 냈던 나가에 씨다. 그는 "이 정도로 팔릴 줄은 몰랐다"면서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기분을 같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소비 트렌드에 밝은 후나이(船井)종합연구소의 이와사키 다케유키 선임컨설턴트(47)는 "책은 사전에 내용이나 평판을 알 수 있는 상품인데 역발상으로 그걸 알 수 없게 해 판 점이 흥미롭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이 정말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기획자의 의도가 전해진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X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현실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어떻게든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에서 썼다, 표지를 볼 수 없도록 커버를 씌우는 바람에 스포트라이틀 받았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제목은 9일 오후 5시 반에 발표된다. 사와야 서점 페잔점에서는 저자와 판매기획자인 나가에의 대담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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