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청소년 통합 ‘수시아청소년합창단’
율동연습 매번 5~6명 틀려
기차놀이하듯 일일이 가르쳐
아이들 연습 당일되면 행복
지켜보는 어머니도 웃음꽃

▲ 수시아합창단 지휘자가 단원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율동을 가르쳐주고 있다. 홍서윤 기자
휠체어에 앉아있는 17살 은이는 동생 도윤이의 도움을 받아 무대에 올랐다. 무대 위에는 은이를 비롯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집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1일 오후 7시 장애·비장애 청소년이 함께하는 수시아청소년합창단 정기연습이 있던 대림빌딩 9층 대강당.

공격성도 강하고 집중력도 떨어졌던 14살 도윤이는 합창단 2년째, 이제 누나를 먼저 챙기는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13살 막내 예린이는 단원들이 무대에 다 모이자 한명씩 눈을 맞추면서 출석을 불렀다. 예린이는 지난해 열린 수시아 정기공연에 감동받아 들어왔으며 올해는 특별히 반장까지 맡았다.

가장 먼저 시작된 연습은 왼발, 오른발 율동이었다. 방향에 맞춰 발을 움직이는 동작이었고 매번 단원 5~6명씩 방향이 어긋났다. 연습은 30여분을 넘어갔는데 평소 자폐가 심해 한 자리에 오래 있지 못했던 상진 군은 한시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지휘자는 계속해서 틀리는 단원에 마치 기차놀이를 하듯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발을 같이 움직여줬다. 반장 예린이는 “언니, 오빠랑 합창하는 게 너무 재밌다”고 했고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승준이도 “재밌다”고 계속 말했다.

휴식 시간이 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간식으로 나온 소시지와 음료수를 챙겨 지휘자에게 건넸다. 연습을 재개하는 지휘자의 목소리에 승준이는 다른 친구의 책상위에 버려진 소시지 껍질까지 서둘러 치웠다. 본격적으로 합창연습이 시작됐지만 악보를 제대로 보고 있는 단원의 수는 많지 않았다. 종종 가사를 틀리거나 까먹고 틀린 음이 반복되면서 수시아합창단만의 느린 연습이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김태형 지휘자는 “못해도 좋다. 우리가 함께 하는 노래잖아. 신나게 부르자”고 단원들을 독려했다.

연습실 바로 문밖 아이들의 합창소리 너머로는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어머니 김미녀(49) 씨는 “아이가 잘하든 못하든 입을 달싹거릴 때는 너무나 행복하고 가만히 서 있을 때는 뭐가 잘 안되나 싶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글씨를 몰라 수백번 음을 들으면서 외우고, 시간개념이 없는 아이인데도 당일만 되면 연습에 가자고 할 정도로 행복해한다는 게 어머니의 얘기다. 기나긴 연습의 끝,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세상의 시름과 어둠은 자취를 감췄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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