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교·충남본부 서산담당 antisofa@cctoday.co.kr

전임 서산시장 연초 읍면동 순방 때 일이다.

당시 운산면에서 한 주민은 시장에게 “한우개량사업소의 냉동정액 판매액 중 1000원을 지역에 환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낙후 된 운산면을 위해 돈이 필요하단 얘기였다.

순방이 끝나고 이 주민을 만났다.

건의서를 본 기자에게 보여준 이 주민은 ‘한우개량사업소가 지역주민과 상생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한 기억이 난다.

벌써 10여 년 전 일이다.

당시 간과하고 넘어갔던 이 주민의 얘기가 서산한우개량사업소를 취재하면서 요즘 새롭게 떠올랐다.

서산한우개량사업소는 연간 냉동정액을 200만 개(1개 5㏄)를 생산, 전국 한우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1개당 가격은 3000원, 5000원, 1만 원이다. 품질이 우수한 1만 원짜리를 한우농가들은 선호한다.

산술적으로 판매 금액은 줄잡아 1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액 국가 몫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 금액에서 일정부분을 지역발전을 위해 환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묵살된 지 오래다.

한우개량사업소 관계자는 “판매된 냉동정액값은 전부 국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다”며 “사기업 같으면 지역주민과 상생을 위한 금전 지원 등이 가능하겠지만 국가시설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수도권과 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한 지리적 장점에도 기업유치는 고사하고, 오히려 지역발전은 후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서산한우개량사업소를 지목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건의까지 했을까.

한우개량사업소가 우리나라 한우산업 중심으로, 절대적 위치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희생만을 강요하는 국가시설 중 하나다.

명색이 한우개량사업소인데, 보물단지 소리를 들어야지 애물단지란 소리를 들어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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